‘핼러윈 성지’ 이태원 휑한데…홍대 포차선 “1시간 기다렸어요”

정유진 / 기사승인 : 2020-10-31 06: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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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산한 거리(위). 같은날 마포구 홍대 인근 한 헌팅포차 앞에 대기하고 있는 시민들.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시민도 보인다(아래). 정유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정유진 인턴기자 = ‘핼러윈 데이’ 연휴에 서울 강남과 이태원 유명 클럽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가능성과 정부 압박 때문이다. 우려했던 대로 소형 클럽과 감성 포차 등에 인파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핼러윈 데이 전날인 30일 저녁. 작년 이맘때만 해도 ‘핼러윈 족’들로 발 디딜 틈 없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한산했다. 가게에 듬성듬성 장식된 해골 모형과 호박 모양의 등(燈)만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풍겼다.

지난 5월 집단 감염 악몽을 막기 위해 이태원 상인들은 방역에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클럽과 주점들이 밀집한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편 골목 양 끝에는 방역 게이트가 설치됐다. 거리를 지나려면 방역 게이트를 거쳐 체온을 측정하고 QR코드로 방문지를 확인한 후 전신소독까지 마쳐야 한다. 이태원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61)씨는 “5월 이후 손님이 줄고 정말 힘들었다. 같은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상가연합회에서 방역 게이트를 세웠다”면서 “오늘은 손님이 적지만 핼러윈 데이 당일에는 좀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사진=30일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편 골목에 설치된 방역 게이트. 정유진 기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인지 분장을 한 이들이 드물었다. 해밀턴호텔 뒤편을 2시간여 돌아보는 동안 목격한 코스튬을 차려입은 시민은 5명 안팎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카메라를 든 취재진을 의식하느라 불편해 보였다. 머리에 도끼 모양 머리띠를 쓴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핼러윈이라 구경하고 싶어서 나왔다”면서 “코로나19 걱정이 좀 되기는 하지만 마스크를 잘 끼고 다니면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분장을 한 남성은 “13년 동안 핼러윈 때마다 이태원을 찾았다. 원래 거리가 사람으로 빽빽하게 차서 걸어 다니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면서 “이렇게 상권이 죽은 건 처음 본다”고 했다. 그는 “이태원에만 문제가 크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가니까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이태원에서 만난 귀신, 좀비 등 가면을 좌판에서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온종일 4개를 팔았다”고 했다. 

▲사진=30일 마포구 홍대 한 감성주점 앞에 시민 30여명 정도가 대기하는 모습. 정유진

반면 같은 날 찾은 마포구 홍대 앞은 이태원에 비해 활기가 넘쳤다. 홍대 역시 대형 클럽들은 문을 닫았지만 감성주점, 소형 클럽 등은 여전히 운영 중이었다. 가게 앞은 삼삼오오 ‘불금’을 즐기기 위해 나온 젊은층들로 붐볐다. 핼러윈 분장을 한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태원보다 홍대를 주로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연령대가 더 낮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소형 클럽 2곳과 감성주점 1곳, 헌팅포차 1곳 모두 입장하려면 줄을 서야 했다. 특히 테이블제로 운영 중인 A 헌팅포차의 경우 남성과 여성 각각 20명씩 40여명 정도가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중에는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대부분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했지만 군데군데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턱스크’를 한 시민도 눈에 띄었다. A 헌팅포차 입구에서 줄 서 있던 한 20대 여성은 대기 시간을 묻자 “1시간 정도 기다렸다”고 대답했다. 코로나19 걱정이 되지 않냐는 질문에는 멋쩍은 듯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홍대에서 만난 독일 국적의 20대 여성은 “홍대는 이태원보다 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면서 “일주일 내내 집에 있다가 딱 오늘만 나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30일 마포구 홍대 인근 한 소형 클럽 앞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시민들이 대기하는 모습. 정유진 기자

방역 당국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의 우려가 있다며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28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유흥시설에 ▲전자출입명부 작성 ▲테이블 간에도 1m 이상 거리두기 ▲시설면적 4㎡당 1명으로 제한 등의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만일 이 중 하나라도 어기면 클럽은 이튿날 0시부터 2주 동안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특히 손님이 가장 많은 0시부터 새벽 2∼3시까지는 공무원을 업소에 상주시키기로 했다. 같은날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 소재 전체 클럽의 50%, 감성주점의 72%가 휴업에 동참했다. 

이에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 혹은 다른 형태의 업소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휴업을 결정한 대형 클럽 업주들의 불만은 크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중앙회) 관계자는 “유흥주점과 달리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감성주점과 라운지는 단속에 걸려도 다시 개업할 수 있다”면서 “서울 클럽들이 문을 닫으면 경기도 지역의 클럽들이 흥한다. 수원이나 일산 등 경기도 외곽은 차로 30분 정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곳으로 몰릴 수 있다”고 봤다. 

전문가는 정부가 아무리 방역을 해도 한계가 있다며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반복될 수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흘 연속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고 있으며 전파 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라며 “지난 12일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완화를 기점으로 4~6주 사이에 또 다른 유행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ujinie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