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시스템 있는데...'마약류 의료쇼핑' 못 막았던 이유는?

전미옥 / 기사승인 : 2020-10-31 0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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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환자들, 신분 속이거나 기록누락되는 주사제제 노리기도...의료현장선 '꼼꼼한 관리체계' 피력

병원 복도. 자료사진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의료현장에서 일명 '마약류 의료쇼핑'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과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마약류 의료쇼핑 방지 정보망) 등 보건당국의 관리망을 피한 꼼수 처방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가동된 2018년 5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대표적인 마약류 의약품인 식욕억제제(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로카세린, 마진돌 성분 제제)와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는 각각 332만여명 대상 약 5억 2300만 정, 443만여명 대상 약 3억 46만정이 처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에서 과다처방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30대 남성 A씨의 경우 올해 6월 말 까지 2년여에 걸쳐 인천과 경기도 일대 의료기관을 순회하며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왔다. 2년여 간 223회에 걸쳐 22개 의료기관을 순회하며 총 2만 4222정의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신분을 속이거나 관리시스템에서 누락된 환자들을 감안하면 이같은 불법 처방 환자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추측했다. 관리 시스템의 '구멍'이 불법 과다 처방을 부추겼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표적인 구멍은 주사제제인 마약류 진통제다. 주사제는 경구약과 달리 DUR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되지 않거나 누락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일부 환자들 사이에서는 병원을 옮겨다니며 마약성 주사제제를 처방받는 사례가 심심치않게 거론된다. 의료진이 관리시스템에서 주사제 처방내역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제도적 허점을 노린 사례다. 

또한 의료진이 마약류 의약품을 조제·처방하기 전, 환자의 과거 처방·조제 내역 등에 대한 열람을 신청하더라도 환자가 거부할 경우 조회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환자가 정보 열람을 거부할 경우 환자의 진술에 의존해 진단과 처방을 해야하는데, 이 과정에서 거짓 진술로 인해 의료진이 오진하거나 중복 처방할 가능성도 있다.

최종범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 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약을 사용해야다. 처음부터 강한 약을 쓰면 나중에 쓸 수 있는 약이 한정돼있다"며 "과거에 환자가 어떤 약을 사용했는지 의료진이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병원에서 언제 어떤 문제로 마약성 의약품을 투약했는지 실시간으로 공유가 된다면 확인하지 못해 놓치는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마약류 의약품의 불법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은 의료진의 정보열람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사실상 현장에서 강제성이 없이 환자의 말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오남용 문제를 일으키거나 비정상적으로 처방량이 늘어나는 위험약물을 따로 지정해 집중관리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성의약품 중에서도 항불안제 계열의 약들은 공중보건학적 폐혜가 문제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향정신성의약품을 관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다만 프로포폴, 오피오이드 진통제 등 요주의 의약품을 정해 집중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이 열람할 수 있는 정보도 보다 자세해야 한다. 두 명의 의사가 동시에 같은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떤 환자가 어떤 의료기관에서 왜 해당 의약품을 썼는지 알아야 제대로 처방을 내릴 수 있다"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