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기획] “추미애가 민생인가요”... 20대, ‘정쟁 국감’에 싸늘

조현지 / 기사승인 : 2020-10-31 05: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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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복도에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국정감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김희란 인턴기자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지난 26일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회는 여야 할 것 없이 국감 시작부터 ‘민생국회’를 외쳤지만, 정작 국민들은 이를 느끼지 못했다.

쿠키뉴스가 20대를 대상으로 지난 7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 대한 종합평가를 들어본 결과, 대부분이 이번 국감을 ‘정쟁국감’으로 인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국감의 전반부는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의혹이, 후반부에는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둘러싼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이 모든 정국을 흡수했다. 여당은 추 장관 엄호를 야당은 단순 의혹 제기를 반복했다.

이를 두고 대학생 김모(24)씨는 “정치권이 생각하는 민생국회는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김 모씨는 “과연 추 장관을 향한 질문들이 민생과 어떤 연관성이 있었는지 (정치인들이)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며 “활발한 토론이 이어지지도 않았다. 단순한 ‘말꼬리잡기’가 계속됐다. 국감인지 밥그릇 싸움인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요트 쇼핑’ 논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엄마 찬스’ 논란 등 국정현안과 상관없는 정치인들의 가족 의혹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취업준비생 김모(26·여)씨는 “이야깃거리가 늘 똑같다. 이번에도 ‘가족 논란’”이라며 “정치인들 가족이 특혜를 받았다면 질타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정책 견제’는 실종되고 ‘가족 논란’이 주가 되면 문제다. 국감이 어떤 것을 목적으로 하는지 국회가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여성가족위원회의 국감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정치인들의 잇단 성비위 사건 등으로 여느 때보다 뜨거운 토론이 이어질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권력형 성범죄’ 사건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처를 꼬집고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추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의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사건들에 대한 증인·참고인 채택은 불발됐고 여야는 이를 둘러싼 실랑이만 반복했다.

이에 “여성의 삶과 관련된 이슈가 정략적으로 언급됐다”는 한숨이 터져나왔다. 한모(25·여)씨는 “여당이 권력형 성범죄 사건을 외면하는 모습에 실망했다. 야당도 내년 보궐선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맥락 없이 故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을 거듭 언급했다”고 질타했다.

국회의원들의 ‘감정싸움’에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많았다. 직장인 김모(26)씨는 “계속 목소리를 높이고 화를 내니 보기가 싫었다. 왜 그렇게 호통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질문은 대답하라고 있는거 아닌가. 그런데 질문해놓고 ‘대답은 이따하세요’라고 소리친다. 의미없는 감정싸움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정모(24·여)씨는 “위원장과 간사가 싸우는걸 보고 ‘뜨악’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국회 선진화법’, ‘일하는 국회법’ 등을 운운하며 달라진 국회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놓고 국민들이 지켜보는 일하는 자리에서 기분대로 소리치고 의사봉 던지는 걸 보고 너무 실망스러웠다. ‘갈길이 멀다’ 싶었다”고 질타했다. 

정씨가 언급한 ‘위원장과 간사의 싸움’은 지난 2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벌어졌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에게 ‘1분 추가 질의’를 허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원욱 과방위원장에게 “똑바로 하세요. 위원장이라고 정말 더러워서”라는 막말을 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야, 박성중, 보이는게 없어?” 등으로 받아쳤고, 박 의원도 지지않고 “이런 건방진, 어린놈의 XX가“, ”이 사람이 진짜, 한 대 쳐벌릴까“라며 주먹을 올렸다. 싸움이 거세지고 주변에서 이들을 말리자 이 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한다며 의사봉을 3번 거세게 내리친 후 내동댕이쳤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한 환경이 국감에 영향을 주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외교통일위원회의 재외공관 국감 등은 원격으로 대체됐고 감사장 인원제한 등으로 증인 채택도 최소화됐다. 운영위원회 참석 예정이었던 서훈 안보실장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20대 후반 직장인 송모씨는 “국가적 위기 가운데 국정감사가 무사히 잘 완료된 점은 다행스럽다”면서도 “코로나19라는 환경적 제약이 있다보니 현안을 더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