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금소법 시행, 금융소비자 일상은 어떻게 바뀔까

김동운 / 기사승인 : 2020-10-31 0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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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줄임말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전하고자 합니다.

▲사진=금융위원회 블로그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A씨는 투자상품을 찾아보다가 B 은행에서 펀드상품에 가입하고 당일 납입금도 집어넣었다. 5일이 지난 A씨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이 생겨 B 은행에서 단순 변심을 이유로 펀드 계약 철회를 신청했고, 판매 위법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위약금이나 패널티 없이 투자 금액 모두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내년 3월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금소법은 시중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상호금융조합, 보험업계 등 모든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인데요, 금소법의 내용을 뜯어보면 금융소비자들에게 체감될만한 내용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먼저 금소법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금소법은 지난 2011년 국회에서 법안의 기초가 완성되고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해부터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를 비롯해 라임·옵티머스 등 금융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지난 3월 금소법은 본회의 통과 이후 꾸준히 시행령이 개정되고 있습니다.  

▲사진=금융위원회 블로그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과 ‘위법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청약철회권은 일정 기간 내에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요, 금융사가 상품을 팔 때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금융소비자의 단순 변심만으로도 계약 철회가 가능하게 바뀌죠.

다만 대출성(대출)은 14일 이내, 보장성(보험)과 투자성(펀드)은 각각 15일, 7일 이내에 청약철회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해당 기간이 지나게 된 뒤 청약을 철회할 경우 금융사가 정한 패널티를 감수해야 하죠.

새롭게 도입된 위법계약해지권도 금융소비자들에게 강력한 보호막을 제공합니다. 위법계약해지권은 금융회사가 판매원칙을 위반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 5년 이내에 해당 계약의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에따라 보험이나 펀드에 가입할 때 고객에게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5년이 지나기 전에 해당 상품의 계약을 해지하고 납입한 원금을 전부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6대 규제원칙’이 모든 금융사에게 적용됩니다. 6대 규제원칙이란 금융사가 판매하는 모든 금융상품들이 ▲적합성 ▲적정성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 금지 ▲광고 규제가 적용받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금융사들이 해당 사항을 위반하게 된다면 관련 수입의 최대 절반을 과징금으로 부과받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죠.

▲앞으로 '네이버 통장' 같이 금융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는 이름의 상품은 찾아볼 수 없을 전망입니다.

이 중 ‘설명의무’의 추가는 금융소비자들에게 크게 체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소법 적용 전에는 자산운용사(제조사)가 만든 펀드상품을 은행(판매사)이 판매해도 자산운용사가 알려준 설명만 간단하게 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설명의무의 도입으로 판매사가 고객에게 상품 설명서를 직접 작성해야 하고, 만약 상품 설명의무를 위반할 경우 금융소비자는 위법계약해지요구권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네이버·다음 등의 ‘전자금융업자’도 실질적으로 금융사로 분류, 금소법을 적용받게 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네이버통장’처럼 대리·중개업자나 연계·제휴서비스업자 등이 부각돼 금융소비자들이 오인할 여지가 있는 광고는 나올 수 없게 될 예정이죠.

금융권에서는 금소법 도입으로 금융사들이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상품은 팔지 않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터진 금융사고로 인해 금융권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차가운 시선을 생각한다면, 금소법은 그간 금융사들이 후순위로 미뤘던 소비자보호 강화를 통해 신뢰 회복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