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줘야 가져가요” 갈 곳 잃은 플라스틱, 쓰레기대란 가능성은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10-30 0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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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의 한 자원순환시설에서 폐플라스틱 더미를 정리하고 있다. 이는 하루동안 쌓인 분량으로 전해졌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받아주기만 해도 감사하죠. 다들 가져가지 않으려 해서 골치가 아픕니다”

고장 난 전기밥솥과 선풍기, 생수병, 일회용 컵 등 산처럼 쌓인 폐플라스틱 더미를 보며 박모씨는 한숨을 쉬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자원순환시설에 단 하루 만에 쌓인 분량이다. 이른바 ‘고물상’으로 불리는 자원순환시설에서 10여년간 일해온 박씨는 폐플라스틱 더미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물품을 척척 분류했다. 깨끗하고 상태가 좋은 폐플라스틱은 1㎏에 20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처리 비용을 줘야 가져갈 수 있다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플라스틱 소비가 늘고 있다. 그러나 유가 하락과 함께 수출길이 좁아지며 폐플라스틱 가격은 하락했다. 일부 업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서울의 한 자원순환시설에서 폐지와 폐플라스틱 등을 정리 중이다. 

28일 서울 동대문구 인근 자원순환시설을 취재한 결과, 5곳 중 3곳은 폐플라스틱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나머지 2곳은 ‘단골’ 손님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학교, 오피스텔, 빌딩 등 계약을 맺은 곳에서 수거한 폐기물을 폐기물 처리 업체 측에 되판다. 폐기물 처리 업체 측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분류해 ‘PP재생Flake’, ‘압축PET’ 등 재활용 가능자원으로 다시 가공한다.  

업체들이 폐플라스틱 수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폐플라스틱 가격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순환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기준 폐플라스틱 중 PP재생Flake의 가격은 1㎏에 418원, 압축PET는 209원이다. PP재생Flake는 지난해 같은 달 504원, 지난 2018년 515원으로 확인됐다. 압축PET는 지난해 같은 달 264원, 2018년 252원이다. 자원순환시설 등 수거 업체가 얻게 되는 이익은 이보다 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  

28일 서울의 한 자원순환시설에 폐플라스틱이 쌓여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폐플라스틱을 수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가격 하락과 운송비용·인건비를 고려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PET’, ‘PE’, ‘PP’ 등 섞여 있는 폐플라스틱을 분류하는 것도 쉽지 않다. 투명 플라스틱 컵이라도 불에 타는 것과 물에 뜨는 것 등 각각 재질이 다르다. 한 무더기로 섞인 폐플라스틱은 인력을 통해 일일이 골라내야 한다. 

한 자원순환시설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업체에서 폐플라스틱 1㎏에 150원씩 줘야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며 “돈을 내면서 일을 할 수는 없기에 앞으로 폐플라스틱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설의 서모(39) 대표도 “한 사람이 온종일 일 해도 100㎏을 분류하기 어렵다. 폐플라스틱 1㎏에 20원 정도를 받는데 하루에 2만원도 벌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물질이 없고 비닐 등이 제거된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가능하다. 반면 음식물 등 이물질이 묻어있는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이 수거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쓰레기 대란’을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업체에서는 계약을 맺고 있던 오피스텔 등이 단가를 인상해주지 않자 계약을 해지했다. 동대문구 성원자원의 하길홍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폐플라스틱 수거량이 많아졌다. 일회용 컵, 생수병 등 폐플라스틱을 분류하다 보면 한 장에 200원인 마대 자루 값도 얻기 힘들다”며 “결국 기존보다 단가를 올려주기 힘들다는 업체 3곳과 계약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는 쓰레기 대란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서울시는 지난 2018년과 같은 쓰레기대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독주택, 빌라, 공동주택 등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은 자원순환시설이 아닌 서울시 또는 민간 공공선별장에서 처리된다”며 “최근 폐비닐 등 일부 수거 지연 사태가 있었지만 수거가 중단되지는 않았다. 시에서 여러 대책을 마련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는 재활용품 공공비축 장소 마련, 공동주택·재활용품 수거업체와의 계약금 조정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2000도의 고온에서 폐플라스틱 등을 오염물질 발생 없이 소각하는 방안도 마련돼 있다.

전문가는 플라스틱 대란을 방지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희 자원순환사회연대 정책국장은 “배달 용기 등을 다회용기로 전환하는 등 장기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택배의 경우에도 여러 번 같은 배달을 하는 경우에는 ‘수송 박스’이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 컵 재질을 통일시키면 분류가 편리해 재활용이 원활해질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분리배출 시 이물질 등을 잘 제거하면 자원 재활용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