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한의학 이야기] 쏘가리

최문갑 / 기사승인 : 2020-10-24 00: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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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준(묵림한의원 원장, 대전충남생명의숲 운영위원)

▲박용준 원장.
민물 어류 중에서 최상위 포식자의 하나인 쏘가리는 신선한 횟감, 야채와 양념이 가득 어우러진 얼큰한 매운탕으로 사랑받는 고급 어종이다. 민물고기 중 판매가격이 높아서 내수 어업인들의 소득원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또한 쏘가리는 번식력이 너무 왕성하고, 닥치는 대로 우리 토종 어류를 먹어치우는 생태계 교란 외래어종인 배스, 블루길 등의 치어를 잡아먹어 우리 환경을 지키는 소중한 토종 어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중국 등지에 분포하는데, 서해와 남해로 흐르는 강과 호수에 서식하며, 물이 맑고 물의 흐름이 비교적 빠른 곳에서 먹이활동을 한다. 중류 하천의 바위가 많은 곳의 큰 돌이 겹겹이 쌓여 있는 곳에서 단독으로 생활하며 물고기나 새우 등을 먹이로 삼는다. 쏘가리의 두툼한 살은 맛이 담백하여 잔가시가 적은 편이어서 각종 요리에도 적합하다. 민물고기 중에서 가장 담백하면서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날이 차가워지는 요즘 같은 가을에 가장 맛이 좋다.

쏘가리의 독특한 무늬는 동양의 회화나 도자기 등의 소재로도 널리 애용되어왔다. 이는 아름답고 독특한 무늬 자체와 쏘가리의 중국식 발음이 ‘귀하고 여유로운 삶’이라는 의미인 귀여(貴餘)와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다. 또한, 쏘가리의 한자인 궐어(鱖魚)의 ‘궐’이 왕이 사는 대궐의 ‘궐(闕)’과 발음이 같아서 ‘과거에 급제하여 대궐에 들어가 벼슬을 한다’는 뜻의 기원을 담은 글자이기에 더 그러하다. 급제를 기원하는 소망을 담은 상징성을 회화에 접목하여 현실적 꿈이 이루어지길 표현한 것이다. 

쏘가리라는 이름은 사람이 쏘가리를 잡으려 하면 탁 치는 힘이 ‘마치 가시로 쏘는 듯한 강한 느낌’이란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데, 실제로 쏘가리를 잡아본 사람들은 그 강한 힘에 놀라곤 한다. 한자로는 궐어(鱖魚)뿐 아니라, 금린어(錦鱗魚),금문어(錦文魚),궐돈(鱖豚),자어(滋魚) 등 여러 이름으로도 불린다.

쏘가리는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영양 보충 및 다이어트에도 좋다. 특히 피로감을 자주 느끼는 허약한 사람에게 알맞은 식품이며, 입맛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별미로 먹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지치기 쉬운 환절기의 기력 보충에 효능이 좋은 아미노산 성분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어 어린이와 노인은 물론이고 산후의 여성에게도 좋다. 소화 기능을 돕는 성분 또한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예로부터 쏘가리 쓸개의 이담 효과가 널리 알려져 전해왔다. 

▲쏘가리 사진(왼쪽)과 쏘가리 그림(국립중앙박물관).

한의학에서는 ‘쏘가리는 맛이 달고 성질은 평(平)하며 독이 없다. 허로(虛勞)를 보(補)하고 비위(脾胃)를 보(補)한다. 장풍(腸風)으로 하혈(下血)하는 것을 치료한다. 기력을 보충하며 인체를 살찌고 튼튼하게 하며 특히 허약한 체질의 백(魄)을 보호해준다’고 하였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을 혼백(魂魄)으로 이루어진 존재로 보는데, 혼(魂)이란 기(氣), 즉 정신을 말하고, 백(魄)은 이목구비를 갖춘 육체를 일컫는다. 체력이 약해지거나 피곤 상태가 지속되면 체력의 근본인 백(魄)이 약해지는데, 쏘가리는 이런 몸을 구성하는 백(魄)을 보충해주는 귀중한 음식이자 약재인 것이다.

鱖魚 甘、平,无毒。
補虛勞,益脾胃,治腸風下血 療虚損,可治虚勞體弱健身强體魄

소중한 자녀의 장원급제를 바라는 마음으로 쏘가리가 여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나 도자기를 자녀들의 방에 놓아두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처럼, 자칫 지치고 피곤하기 쉬운 환절기인 요즘 살이 통통하게 오른, 맛과 영양가가 뛰어난 쏘가리 요리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면 더 없이 좋은 계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