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G2의 흔들기, 넋 나간 젠지

문대찬 / 기사승인 : 2020-10-19 00: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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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라이엇 게임즈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G2 특유의 흔들기에 좀처럼 정신을 못 차렸다. 제 기량의 반도 보여주지 못한 젠지다.

젠지e스포츠는 18일 오후 7시(한국시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0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G2 e스포츠(유럽)과의 8강전에서 0대 3으로 완패했다. 

눈을 의심할 만한 경기력이었다. 유럽의 1번 시드, 게다가 LCK(한국) 킬러로 유명한 G2인 만큼 패해도 이상할 것 없었지만, 경기 양상은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이날 경기에선 강력한 라인전과 더불어 조직적인 운영으로 상대를 말려 죽이는 젠지의 면모는 온데간데없었다. 1세트는 수비적인 태도로 일관하다 G2의 노림수에 거듭 틈을 내주더니, 2세트는 정교하지 못한 설계가 화를 불렀다. 3세트는 앞선 경기보다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족한 호흡 및 교전 능력을 노출하며 무릎을 꿇었다. 

G2의 빛나는 노림수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날 젠지의 대처는 분명 평소의 것과 달랐다. 이날 국내 중계진들은 이례적으로 비판의 수위를 높였는데, 그만큼 젠지의 이날 플레이가 한참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세트는 ‘트위스티드 페이트’, ‘카밀’, ‘판테온’ 등 ‘잘라먹기’에 특화된 챔피언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플레이로 도미노처럼 무너졌다면, 2세트는 평정심을 잃은 플레이로 단숨에 승기를 내줬다. 2세트 수세에 몰린 젠지는 지속적인 교전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려 애썼는데, 이러한 시도들 대부분이 근거가 없거나 치밀한 계산 없이 이뤄진 것들이었다. 

이날 객원 해설을 맡은 ‘투신’ 박종익은 “젠지의 플레이가 이해는 된다. ‘불리한 상황이니 뭐라도 하자’인 것 같다”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뭐라도 해보려는 모습이 짠하다. 하지만 프로니까 냉정을 되찾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일침 했다. 

‘빛돌’ 하광석 위원 역시 “젠지는 카밀을 통해 무엇을 하려는 데만 꽂혀, G2가 어떤 자원들을 가지고 어떻게 반격할지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하지 않고 플레이했다”고 비판했다.

유기적인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3세트 초반, 다소 뻔해 보였던 바텀 다이브를 허용한 것이 그 예다. 하 위원은 “G2가 바텀 다이브를 잘한 게 아니다. 앞선 교전에서 턴이 소모됐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는데, 여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물론 이날 패배의 원인이 온전히 젠지 내부에 있지만은 않다. LCK(한국)팀들과 궤를 달리하는 G2의 변칙적인 플레이는 상대하는 이로 하여금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게 만든다. G2가 LCK의 ‘크립토나이트(슈퍼맨의 대표적인 약점)’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4강에서 G2를 조우하는 담원(LCK)으로선 깊은 고민거리가 생겼을 밤이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