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격 사망 공무원 친형 “월북으로 단정 짓는 정부…골든타임 두 번 있었다”

이소연 / 기사승인 : 2020-09-29 15: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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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공무원 A씨(47)의 유가족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월북이라고 단정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의 형 이래진씨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 기자회견을 열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해양경찰청이 최소한의 사건 현장조사와 표류 시뮬레이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월북을 단언하고 있다”며 “동생의 죽음과 관련해 해상전문가와 대담을 하든지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진지한 공개토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는 A씨에게 인터넷 도박으로 인한 2억6000만원의 채무가 있다는 해경 발표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서 “동생이 그런 부분까지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A씨의 실종·사망과 관련 정부의 대응에 대해 날을 세웠다. 이씨는 “나의 동생이 업무수행 중 실종돼 북한의 영해로 표류되는 과정까지 대한민국은 무엇을 했느냐”며 “(동생이) 해상에 표류했던 30여시간 동안 정부와 군 당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죽음 직전까지 골든타임이 있었지만 군은 6시간 동안 살리려는 그 어떤 수단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북한군에 의해 발견되기 전과 발견된 후, 두 차례 A씨를 구조하거나 살릴 기회가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씨는 “동생은 오랜 시간 선장으로 일했다. 국가공무원으로 8년 동안 조국에 헌신하고 봉사한 투철한 사명감을 가진 애국자였다”며 “동생을 월북으로 몰아가는 정부에게 미래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씨는 “김 위원장께 간절히 호소한다. 동생을 돌려달라”며 “더 이상 국민들이 비참하게 희생돼서는 안 된다. 남북한 모두에게 평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가 정박해 있다 / 연합뉴스
군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지도관리단 해양수산서기(8급)인 A씨는 지난 21일 인천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서 실종됐다. 실종 당일 오전 11시30분 A씨가 보이지 않자 동료들은 인근 해상을 수색한 후 해경에 신고했다.

군은 이튿날인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북한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A씨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 북한군은 이날 오후 9시40분 단속정에서 상부 지시로 해상에 있는 실종자에게 총격을 가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쯤 NLL 북측 등산곶 일대에서 미상의 불빛이 관측됐다.

A씨의 실종을 두고 실족과 극단적 선택, 자진월북 등 다양한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 당국은 선내에서 A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슬리퍼가 발견된 점, A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던 것으로 파악되는 점 등을 근거로 자진월북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유가족 등은 강하게 반발해왔다.

논란이 지속되자 해경은 “A씨가 월북 중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A씨는 북측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며 “A씨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 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