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독재" 주호민 사과…식을 줄 모르는 웹툰 검열 논쟁

임지혜 / 기사승인 : 2020-09-22 07: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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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자유" vs "창작의 책임" 갑론을박

▲연합뉴스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최근 웹툰 검열 사태와 관련해 '시민독재'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웹툰 작가 주호민이 '실언'이었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쉽게 자라 앉지 않고 있다. '창작의 자유'와 '창작의 책임'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도 계속되고 있다. 

주호민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어 선택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시민독재는 제가 조절하지 못해 나온 실언이었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주호민은 전날 인터넷 방송에서 '최근 웹툰 검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누리꾼의 질문에 "옛날에는 국가가 검열했는데 지금은 독자가 한다. 시민 독재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답했다. 

특정 만화를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여성 혐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기안84의 '복학왕'와 삭의 '헬퍼' 등을 생각하며 이야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주호민은 이에 대해 "나는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보지 않는다"면서 "그것 때문이 아닌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선을 그었다. 

주호민은 "만화가 지망생들의 원고를 받아 가독성 위주로 첨삭을 하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지 못한 작품이 있다"면서 "너무 퀄리티가 떨어지는 이유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보편적인 상식선에서 인권을 너무 침해하는 내용은 소개할 수도 없다. 이런 것은 그려서도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 내가 생각한 기준은 '이건 누가 봐도'라는 기준이었다. 전쟁의 피해자, 선천적 질병, 미성년자의 성적인 행위 등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도 그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와 별개로 대중에 의한 검열이 심해져 창작자들의 의욕이 깎이는 것 같다고 했다"면서 "실제로 그런 일들이 예전과 비교해 많이 일어나긴 한다"고 덧붙였다. 

▲웹툰 '복학왕'의 한 장면. 네이버웹툰 캡처
웹툰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선 창작자의 표현을 규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낸 건 주호민만이 아니다. 

만화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는 기안84 논란 당시 "작가들이 같은 작가의 작품을 검열하고 연재 중단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만화계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수연은 "작가의 검열 행위를 당장 중단하기를 바란다. 객관적 판단 없이 종횡무진 여기저기 애정 없는 비난질로 동료 만화가들의 작품을 맥락도 없이 장면만 떼어 내 트집 잡으며 낄낄거리는 행위를 중단하라"면서 "만화계에 동의도 없이 스스로 자기 검열의 덮개를 씌우게 하는 행위는 같은 창작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웹툰이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독자에게 제공되고 있고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사회적 공분을 살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신 웹툰 협회 부회장(중부대 교수)는 연합뉴스를 통해 "국내 만화 시장이 황폐화된 시기에 미디어 환경이 디지털로 전환됐다"면서 "그러다 보니 새로운 장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웹툰을 즐겨보는 누리꾼 간에도 열띤 찬반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데 무엇이 문제냐" "작가가 결말을 위해 의도를 가지고 만든 이야기 중 한 흐름에 불과하다" 등과 같이 창작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하면 아이들도 문제가 되는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창작의 자유도 있지만 본인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한다" 등 창작활동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