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 경쟁史] 삼성·LG' 가전 라이벌 '반세기'

윤은식 / 기사승인 : 2020-09-22 0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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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세대부터 시작한 경쟁···기술력 향상으로

▲연암 구인회 LG 회장(왼쪽 사진에서 가운데)와, (오른쪽 사진에서 오른쪽부터)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사진제공=각 사)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라이벌 관계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좋게 쓰면 성장·발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지만 나쁘게 쓰면 독이 된다.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다는 얘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제품·품질경쟁은 기술력 발전으로 기업은 성장한다. 그러나 서로 치부를 드러내는 경쟁은 스스로 다운그레이드(downgrade)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국내 라이벌 기업의 발자취를 살펴본다.<편집자>

1958년 LG창업주 연암 구인회 회장이 설립한 금성사(지금의 LG전자)는 1966년 8월 한국 최초로 19인치 흑백 TV를 생산해 내면서 국내 최고의 전자회사로 우뚝선다. 이에 앞서 한국 최초로 라디오도 개발하면서 금성사는 '한국의 넘버원' 전자회사로 자리 잡는다.

전자사업이 돈 되는 사업이라고 판단한 삼성의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도 2년 뒤인 1968년 일본과 기술합작으로 전자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이때부터 반세기가 넘는 삼성과 LG의 가전 전쟁이 시작했다.

삼성의 가전 사업 진출로 동문수학 사이이자 사돈인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의 관계는 돌이킬수 없는 사이로 틀어져 버린다. 이 둘은 진주보통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고 구인회 회장 셋째 아들 구자학이 이병철 차녀 이숙희와 혼인을 맺으면서 사돈관계를 맺었다.

고(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묻어둔 이야기' 회고록은 이 당시 구인회 회장과 이병철 회장 사이가 틀어진 정황을 그리고 있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병철 회장이 구인회 회장에게 "구 사장 우리도 앞으로 전자산업을 하려고 하네"라고 통보했다. 그러자 구 사장은 "남으니까 하려고 하지.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이 그른거 하나 없다"라고 느닷없이 쏘아붙였다.<고 이맹희 회장 저서 '묻어둔 이야기' 회고 중 일부>

애초 두 회사는 사업영역이 달랐다. 구인회 회장이 설립한 금성사는 훗날 LS·GS 등 범LG가(家) 탄생의 초석인 전자제품과 전선, 트랙터 등 제품을 생산했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은 전자사업에 뛰어들기 전 설탕과 조미료, 모직이 주력 산업이었다.

삼성의 전자사업 진출 이후 삼성과 LG는 전자를 중심으로 통신과 화학 등 주요 사업에서 치열한 전선을 형성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쳤다.

전장은 TV였다. 1992년 금성사와 현재 삼성SDI 전신인 삼성전관은 브라운 TV시장에서 특허권을 놓고 소송전을 벌였다. 그러다 양사는 특허를 공유하기로 합의하고 일단 휴전하기로 한다.

휴전 내용은 브라운관 모니터 액정표시장치(LCD) 등 3개 분야의 특허기술 8000여건(각사 4000여건씩)을 향후 3년간 상호 무상으로 사용하는 상호특허공유계약(크로스라이선스)이다.

당시 언론은 외국 특허공세에 효율적으로 공동대응하고 첨단기술개발을 촉진, 선진외국기업으로 기술적 종속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했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 7년 후 1999년 완전한 평면 TV타이틀을 놓고 삼성과 LG는 피나는 싸움을 벌였다. 이 싸움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의 분쟁 시초다.

TV 싸움은 디스플레이로 확전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기술 유출 논란으로 양사 직원이 수사당국에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여졌고 결국 특허권 소송으로 번졌다.

두 회사의 피나는 싸움은 2014년 세탁기에도 이어졌다. 당시 IFA 2014에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삼성전자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삼성이 검찰에 고소하자 LG는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충돌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9'에서 발생했다. 삼성과 LG는 8K TV 화질을 놓고 광고 비방전에 서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까지 하면서 확전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러나 양측이 한 발짝 씩 물러나면서 공세를 멈췄다.

김용철 변호사의 저서 '삼성을 생각한다' 내용에는 가전을 놓고 삼성과 LG의 기 싸움이 어느 정도인지 엿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삼성 냉장고의 월간 판매 실적이 LG에 뒤진 적이 있었는데, 당시 이건희는 반도체와 휴대폰에서 남은 이익을 한 2조원 쯤 에어컨이나 냉장고 등 냉공조 사업부에 돌려서 우리나라 전 가정에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를 공짜로 줘서 LG가 망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지시는 실현되지 않았다"<'삼성을 생각한다' 중 일부>

전자업계는 하지만 두 회사의 라이벌전이 쓸데없는 체력낭비로는 보지 않는다. 상대의 치부까지 드러내 공격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두 회사의 경쟁은 결국 국내 가전시장 전체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긍정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라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야하지 않겠냐"며 "넓은 측면으로 볼 때는 기술 발전으로 이어지고 전체적으로 국내 가전의 품질향상과 국내 가전업계의 경쟁력 강화측면의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