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임대차법 시행 50일 경과…전세살이 요새 어떤가요?

안세진 / 기사승인 : 2020-09-21 0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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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법 시행 50일 경과…전세살이 요새 어떤가요?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하는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50일이 지나고 있다. 그간 각종 언론에서는 전세 품귀현상, 전세가격 폭등 등의 우려를 내비쳤고, 집주인은 국가가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말아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와 2만5000여명(18일 기준)의 추천을 받고 있다. 지난 50일 간 임대차법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전세시장의 모습은 어떠한지, 임대차법의 주인공인 세입자는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봤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제도의 시작=정부가 발표한 7월 10일 부동산 보완대책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강화 등 세제 개편과 등록주택임대사업자(임대 등록) 제도 폐지가 담겼다.

당초 정부는 지난 2017년 8·2대책에서 등록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마련해 서민의 주거안정을 이루려 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려 서민들을 위한 주택을 시장에 많이 내놓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들은 사업자 등록을 통해 자신들에게 부여되는 각종 세제를 무력화시켰다.

이에 정부는 해당 제도를 3년 만에 폐지하고, 세입자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노선을 변경했다. 마침내 7월 31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의결한다.

이를 통해 세입자는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총 4년을 보장받게 되었고, 임대료 인상의 경우 직전 계약 임대료의 최대 5%까지 제한돼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사진=박태현 기자

◇전세시장은 지금=하지만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세매물 품귀현상, 전세가격 상승 등의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개정 임대차법 시행일인 지난 7월31일 전후인 지난 7월과 8월 서울에서는 각각 8827건과 5099건의 전세거래가 이뤄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09% 상승했다. 그 전주와 같은 상승폭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64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는 전주 대비 0.12%씩 상승했다. 서초구도 0.08% 올랐다. 강동구는 0.13%, 동작구는 0.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 지역도 0.08%로 나타났고, 마포구(0.11%)와 성동구(0.1%) 등의 상승세가 비교적 높았다.

인천과 경기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전주 대비 0.12%, 경기는 0.21% 올랐다. 인천은 연수구(0.25%)와 서구(0.2%) 등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경기는 하남시와 고양시가 청약 대기 수요로 각각 0.34%, 0.26% 올랐다.

세종시의 전셋값은 폭등했다. 세종은 전주(0.87%)보다 1%p 이상 커진 2.15%를 기록했다. 울산(0.41%)을 비롯해 대전(0.23%), 대구(0.13%), 부산(0.1%) 등 나머지 광역시에서도 상승세가 나타났다.

감정원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시행과 거주요건 강화 등 규제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가을 이사철 도래와 정비사업 이주 수요 등으로 정주여건이 양호한 지역 위주로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한국감정원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깡통전세’ 현상이 나타나고도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안산시 상록구 서해아파트 전용 59㎡는 지난 3일 2억1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7월 말~8월 초 2억~2억1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된 단지인데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선 것이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3단지 44㎡도 지난 3일 1억8000만원에 전세거래 됐는데 같은 면적이 지난달 11일 1억8000만원에 팔려 전세와 매매 가격에 차이가 없었다.

안산에 위치한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안산선 착공으로 인해 해당 노선 인근 집값이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현상이 더욱 심해져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세입자들 임대차법 효과 체감=하지만 일부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신혼부부 A씨는 최근 쫓겨날 위기에서 ‘희망의 끈’을 잡았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집주인과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지난 7월 계약 만료일(11월)을 앞두고 전세계약 2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집주인과 공인중개사로부터 거절당했다. 거절 사유는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에게 주택을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껴있는 상황에서는 집이 안 팔리니 빈 집으로 팔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와 법무부가 ‘계약갱신 거절 가능 여부는 새 임대인이 아닌 당시 임대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하면서 이 경우 집주인의 거절사유가 되지 못했다. 유권해석에 따르면 매수인이 해당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기 전에 세입자가 기존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면, 매수인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을 할 수 없다. 

▲사진=안세진 기자

현재 A씨 부부는 집주인과 공인중개사에게 보낼 내용증명서를 준비하고 있다. 정당한 권리를 다시 한 번 확실히 해두기 위함이다. A씨는 “임대차법으로 인해 쫓겨날 위기를 면했다”며 “언론을 보면 임대차법으로 인해 전세시장이 망하는 거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품귀 현상, 재산권 침해 논란 등은 그간 집주인과 중개사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던 임대시장이 바뀌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업계에서도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공급이 줄어든 점을 너무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안산시 고잔동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계약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었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실거주하려는 집주인들도 많아졌다. 매물이 준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물론 기존 세입자들은 혜택을 보겠지만 새로운 전세 수요자들은 어려울 수도 있다. 벌써부터 판단하기엔 조금 이르다”라고 말했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