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더니] “임대료↑ 식재료↑ 인건비↑, 매출 반토막”…코로나19 사장님의 눈물

한전진 / 기사승인 : 2020-08-26 04: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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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몰려있는 수도권 재확산…경영안정 자금 등 대책 마련 절실"

''전에는 꽉 찼었는데.'' 한 토속 음식점 점주가 빈 테이블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임대료 좀 내려달라고 네 번을 얘기했어요. 세 번째까진 ‘죄송합니다’ 문자라도 줬는데, 네 번째는 답도 없네요. 지금 임대료만 3개월째 밀려 있습니다. 가게는 이미 지난 2월부터 내놓은 상태인데 나가지도 않는 상황이고…”

지난 24일 저녁께 찾은 서울 중구의 한 곱창집. 이곳 사장 김모(66‧여)씨는 최근 상황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보통 저녁 시간대면 회식을 나온 직장인 등으로 테이블이 가득 차기 마련이지만, 매장에는 김씨만 홀로 한숨을 쉬며 앉아 있었다. 그는 “대림동에서 힘들게 장사 밑천을 모아 2년 전 이 가게를 열었지만 결국 망하게 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기자와 대화하며 ‘힘이든다’, ‘부끄럽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1~2층 각 15평 남짓한 식당의 한 달 임대료는 400만원. 코로나19 확산 전만 하더라도 임대료를 겨우 낼 정도로 매출이 났으나, 지금은 하루 매출이 고작 4만원일 정도로 위기에 직면했다. 한때 5명까지 뒀던 종업원은 모두 내보내 지금은 김씨 혼자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김씨는 이미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라며 양손으로 큰 원을 그려보였다. 아직 밀린 석 달 치 임대료 1200만원도 갚아야 한다. 희망을 안고 1억원을 들여 문을 연 가게는 현재 그 절반인 5000만원에 내놨지만 나갈 기미조차 없다.

김씨는 “영업시간도 오후 4시에서 10시까지로 줄였고, 집에 갈 교통비도 아끼려고 식당에서 숙식하는 날이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큰 돈을 들여 식당을 열었지만,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생계도 막막해지고 있다. / 사진=한전진 기자
그 동안 운 좋게 임대료를 인하 받던 자영업자들도 걱정이 태산이긴 마찬가지다. 임대인이 약속했던 두세 달 가량의 임대료 인하 기간도 다 끝난 탓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른바 ‘생계형 임대인’도 늘어 ‘착한 임대인’ 운동 역시 이젠 수그러드는 추세다. 

충정로역 인근에서 주점을 열고 있는 이모씨는 “임대인이 지난 5월부터 세달 동안 30만원씩을 감면해 줬었는데, 이번엔 ‘나도 어려워 더 이상은 감면은 힘들다’고 전해왔다”면서 “대신 임대료 인상은 없게 해 주겠다고 했지만 현 임대료 역시 큰 부담인 것이 사실”이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이씨는 “이대론 올해를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텅 빈 테이블을 바라봤다.

바로 옆 고깃집에선 하루 매출 정산이 한창이었다. 지폐를 세는 점원의 얼굴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평소 대비 손님이 5분의1로 급감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긴 장마로 식재료 가격도 올라 이중고다. 특히 상추, 오이, 양배추 등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점원 정모씨는 “상추 4㎏ 한 박스가 6만원까지 뛰었고, 이외에도 배추, 고추, 오이, 호박 등 가격이 안 오른 것이 없다”면서 “반찬을 줄이거나 가격을 올리면 몇 없는 손님마저 오지 않을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거리두기가 끝나야 손님들이 맘 편히 올 텐데,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하루 매출을 정산하고 있는 점원, 코로나19의 여파가 상당하다고 혀를 찼다. / 사진=한전진 기자
결국 대책이라곤 종업원을 내보내고 ‘버티기’에 돌입하는 것이다. 서울역 인근의 한 한식당은 최근 아르바이트생의 근무 일수를 격일로 변경했다. 식재료 가격도 오르고 임대료 인하도 없는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절감 조치인 셈이다. 점주 김모(62)씨는 “40년 동안 요식업에 종사하며 이런 위기는 처음”이라며 “삼중고에 생계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재확산 속에 소상공인들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외식산업연구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작년 월평균 165만원이던 전국 외식 업체의 영업이익은 올해 5월 '0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손에 떨어진 돈이 없는 것이다. 5월 음식점 평균 매출도 779만원으로 작년 동기 1453만원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연합회 류필선 부장은 “이번 2차 재확산은 소상공인이 가장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발생해 그 타격이 더 심각하다”면서 “12개 업종이 영업 정지를 당하는 등 1차 확산과 달리 심리적 여파도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긴급경영 안정자금 지급, 대출만기 연장,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유의미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빠르게 꺼내들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녁 시간임에도 텅텅 빈 식당의 모습, / 사진=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