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6억원 이하 '오래된 집'으로 내모는 '보금자리론'

조계원 / 기사승인 : 2020-08-05 06: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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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6억원 이하 아파트 27.7% 불과
3년 사이 중저가 아파트 59% 사라져
오래된 집, 빌라 등 선택권 제한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대상주택 설명 /사진=주금공 홈페이지 캡처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자 김모씨는 올해 초 보금자리론을 받아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매할 계획이었다. 모시는 부모님의 거동이 불편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이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기 시작하는 집값에 그가 매입을 논의 중이던 아파트 가격은 순식간에 6억원을 넘어갔고, 그의 첫 내 집 마련 계획은 무산됐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70%까지 허용되는 보금자리론을 두고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데 지원 대상을 6억원 이하 주택으로 못 밖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집’, ‘빌라’, ‘엘리베이터 없는 집’ 등을 노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5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보금자리론은 대출승인일 현재 주택가격이 6억 원 이내인 주택에 대해서만 공급된다. 시세, 감정평가액, 매매가액(낙찰가, 분양계약서 상 실매매액 등 실제로 지급한 금액) 중 어느 하나라도 6억원을 넘어가면 보금자리론 취급이 거절된다.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요건은 2016년 까지만 해도 9억원 이였다. 그러나 주택가격 9억원은 소득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에 해당돼 고소득 자산가 층도 보금자리론 이용이 가능하다는 문제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6억원으로 축소됐다.

2017년부터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요건이 6억원으로 묶인 사이 서울 내 아파트 가격은 브레이크 없이 상승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국민은행의 KB주택가격 동향을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채당 평균 6억1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3억원 넘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서울 안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급격히 하락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8월 84만4541가구에 달하던 6억원 이하 아파트 수는 지난달 17일 기준 34만6859가구로 급감했다. 3년 사이 59%, 절반 넘게 사라진 것이다. 6억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7.7%에 불과했다.

따라서 보금자리론 이용을 원하는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보금자리론의 주택 가격 요건이 현실화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출 규제 속 서민,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위한 지원대책의 실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러한 요구가 올라와 있다. 자신을 무주택자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수도권 이외 다른 대도시도 주택 가격이 이미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심지어 안심전환대출이나 적격대출은 담보상 주택 가격 기준이 공부상 9억원 이하로 책정돼 있던데 왜 나머지 정책 모기지 상품은 6억 규제를 받아야 하는 것 인가”라며 “시대는 현재에 와 있는데 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집값의 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이냐”라고 토로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보금자리론의 주택가격 요건에 대해 재원의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요건이 완화되면 보금자리론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재원이 한정돼 모두를 지원할 수 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재원 아래 보다 낮은 가격의 주택을 구매하는 분들을 지원하는 게 지원의 취지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