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정재 “한계 없는 ‘다만 악’ 레이… 여기까지 해도 되나 싶었죠”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08-04 06: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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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어디든 간다. 우연히 그곳이 방콕이었을 뿐, 만약 우주였다면 우주선이라도 만들어 쫓아갔을 기세다.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의 레이(이정재)가 인남(황정민)을 쫓는 걸 보면 한 사람의 집념이 얼마나 무시무시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한 번 정한 타깃은 놓치지 않는다’는 레이의 캐릭터 설명은 과장이 아니다.

배우 이정재는 유독 대사가 적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하 ‘다만 악’)의 대본만 보고 레이가 어떤 인물인지 알기 어려웠다. 영화 ‘관상’, ‘암살’에서도 기억에 남는 악역을 소화했지만 이번엔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레이를 “한계가 없는 인물”이라고 표현하며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엔 레이가 어떤 식으로 독특하고, 어떤 외형을 갖고 있고, 어떻게 행동을 한다는 내용이 거의 없었어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오래 걸렸죠. 인물을 설명하는 내용이 별로 없으니까 상상력을 집어넣는데, 그 끝을 제가 가늠할 수 없더라고요. 정말 여기까지 표현해도 되나 싶기도 했고요. 대부분의 경우엔 인물이 상대방과 교감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물인지 설명되거든요. 그렇게 표현의 한계가 울타리처럼 쳐지는데 레이는 그 울타리가 거의 없었어요. 꽤 많은 고민을 했고 제 선택들을 잘 추리고 모아서 지금의 레이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 사진=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스틸컷

배우의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설정 중 하나가 레이의 문신이다. 처음 대본엔 문신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테스트를 거쳤다. 분홍색 가발을 쓴다는 설정까지 있었다. 이정재는 “‘다만 악’만큼 테스트를 많이 한 영화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문신은 레이가 독특하고 묘하면서 서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시도였어요. 일반적인 킬러의 이미지로는 그걸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조금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러다가 목에 문신이 들어가고 동시에 의상까지 맞춰져서 조화를 이루게 된 거죠.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서 최종 헤어와 메이크업, 문신과 의상까지 나왔어요. 제가 봐도 이건 좀 새롭긴 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연기를 외모에 맞게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에 어떤 연기 톤이 맞는지 개인 연습을 시작했죠.”

‘다만 악’은 이정재가 오랜만에 악역으로 등장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정작 그는 선악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눈치였다. 다만, 악역이 더 새로운 것을 해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레이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중에도 다이어트를 지속했던 에피소드도 전했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악역은 상상하는 것들을 더 많이 집어넣을 여지가 있어요. 새로운 걸 시도해볼 수 있어서 표현이 더 풍부해질 수 있죠. 악역이 아닌 역할을 하면 더 표현하고 싶어도 ‘이게 과한 건가’ 하는 생각이 항상 저를 잡고 있거든요. 악역이면 ‘이 정도는 해도 되지’라고 생각하게 되고요. 눈에 힘을 주지 않고, ‘나 무섭지’ 하는 식의 연기를 안 해도, 눈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려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건 사실이에요. 하루에 야채로 한 끼만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더 예민해져요. 촬영이 끝났을 때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는 게 정말 그립죠. 그런 것들을 계속 참아야 하니까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다만 악’은 먼저 개봉한 영화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과 함께 2020년 여름 텐트폴 영화 빅3로 꼽힌다. 특히 ‘절친’이자 같은 소속사 동료인 배우 정우성이 출연한 ‘강철비2’가 ‘다만 악’보다 한 주 먼저 개봉하며 맞붙게 됐다. 이정재는 경쟁보다는 최근 한국영화가 다시 관객들을 극장으로 모으고 있는 것에 의미를 뒀다.

“‘강철비2’도 시사회를 통해서 봤어요. 재밌게 잘 봤고 의미 있는 영화더라고요. 전 대결보다는 연합 같아요. 지금 극장가와 영화계가 코로나19 시국 때문에 많이 침체돼 있는 상황이잖아요. 색깔이 다른 톤의 영화가 연합해서 극장가를 다시 살려보자는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다만 악’은 시원한 액션영화에요. 많은 관객이 와서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러닝 타임의 80%가 해외 분량이거든요. 이국적인 장면을 보시는 또 다른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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