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에답하다] W2V 운영자 손정우, 개명해서 ‘신분세탁’하면 어쩌죠

정진용 / 기사승인 : 2020-07-14 0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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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지난 6일 오후 법원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되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편집자주] ‘댓글에답하다’는 독자가 올린 댓글을 기자가 취재해 ‘팩트체크’하는 코너입니다. 

-무엇을? 손정우가 개명신청을 하면 법원은 허가할까
-어떻게? 대법원 판례와 변호사, 법무사 자문
-결과는? 전과가 있고 성(性) 범죄로 죄질이 중해 ‘불허’ 가능성이 높다.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가 법원의 결정으로 미국 송환을 피했다. 일각에서는 손정우가 개명을 해서 ‘신분세탁’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판결에 분노한 이들의 사법부 규탄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송환을 불허한 강영수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의한 인원은 13일 오전 기준 50만명에 육박했다.

지난 12일 ‘n번방에 분노하는 사람들’, ‘모두의 페미니즘’ 등 21개 여성단체들이 서울 서초구법원대로 앞에서 사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성범죄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도 공범”이라고 외쳤다. 온라인상에서는 ‘#손정우_미국송환의_연대’ 해시태그 운동이 일고 있다. 

송환 불허 결정이 난 뒤 관련 기사의 포털 사이트 댓글에는 손정우가 개명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막아야 한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잇따랐다. 네티즌들은 “이름을 바꾸고 비트코인 수익금으로 잘 먹고 잘사는 것 아니냐” “평생 개명을 못하게 해 아동 성범죄자 손정우로 살게 해야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개명 절차는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에 개명허가 신청서와 본인 및 부모 등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을 첨부해 제출하면 된다. 이후 법원에서 허가 심사를 거친 뒤에 개명 신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 2009년 판례에 따르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이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와 기능, 개명을 허가할 경우 초래될 수 있는 사회적 혼란과 부작용 등 공공적 측면뿐만 아니라 개명신청인 본인의 주관적 의사와 개명 필요성, 개명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와 편의 등 개인적 측면까지도 함께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 예외가 있다.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돼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허가되지 않는다.

개명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원은 개명 신청인의 출입국사실조회·신용정보조회·범죄 경력(전과)을 경찰서에 요청 및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사진=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 글 캡쳐.
손정우가 개명신청을 할 경우 법원에서는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불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종욱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우)는 “범죄 경력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개명 신청이 불허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법원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손정우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 뉴스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사건인 점, 추가적인 범죄 혐의로 인하여 수사와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때 개명신청은 불허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남성진 변호사(법률사무소 선율)는 “성인의 경우 개명신청 시 전과 유무 및 수사단계에서 회피하려는 의도인지, 채무 회피를 위해 개명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과내역 및 신용정보를 조회한다”면서 “전과가 있거나 연체내역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해 반드시 소명을 하도록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동 성범죄 관련 전과가 있는 자가 개명신청을 할 경우 법원에서 허가 해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봤다.

송지연 법무사(지연법무사사무소)는 “재판부 재량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송 법무사는 “예전에는 절도, 사기 등 재산 관련 범죄만 개명 신청이 기각됐다”면서 “요즘 추세는 범죄 건수가 많다던가 아청법 위반 등 성(性) 관련 강력 범죄의 경우 대부분 기각이 된다. 특히 손정우처럼 아직 수사를 받는 사안이 있다면 무조건 기각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개명 신청이 가능했다. 그러나 2005년 대법원이 개명은 개인의 자기결정권 영역이라는 판결을 내리며 개명 신청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개명이 범죄나 신분세탁, 부동산 사기나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특히 ‘국정농단’ 최서원(64)씨 일가가 수차례 개명을 해 ’흔적 지우기’를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 1970년대 최필녀라는 이름을 사용하다 최순실로 바꾸고 지난 2014년 최서원으로 재차 변경했다. 최씨 부친 고(故) 최태민 목사는 최도원, 최상훈, 최봉수, 최퇴운 등 잦은 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 딸 정유라(24)씨의 본명도 정유연이다. 

손정우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약 2년8개월 동안 W2V 사이트를 운영하며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비트코인 등으로 약 4억원을 챙긴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음란물 제작·배포,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로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돼 복역했다. 

손정우에게 남은 수사는 범죄수익은닉과 명예훼손 위반 혐의다. 앞서 지난 5월 손정우 부친은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고자 아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손씨 고발 사건과 관련자 추가 수사를 경찰청에 수사 지휘했다”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