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21대 국회 원 구성, 여당의 통 큰 양보는 없었다

/ 기사승인 : 2020-06-3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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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법사위원장 쥔 야당의 ‘발목잡기’ 우려에 의회독재 부담감 불구… 강행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설자리가 사라졌다. 국회의장이 강제배정을 할 수 없는 정보위원회를 뺀 나머지 1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집권여당 소속의원들이 모두 차지한데다 국회의장의 강제 상임위 배정에 반발해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 전원이 사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협상태도를 문제 삼는 이들이 늘고 있다.

당장 미래통합당은 ‘민주주의의 죽음’을 상징화한 검은색 마스크를 썼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9일 박병석 의장의 상임위원 강제배정에 이은 위원장 선출이 끝날 때까지 미래 정국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의원총회 후 “너무나 절망적이다. 대한민국 헌정이 파괴되는 것을 어떻게 막아야할지 갈 바를 모르겠다”는 한탄 섞인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어 “오늘은 참으로 슬프고 비통한 날이다. 33년 전 오늘(1987년 6월 29일)은 민주화 선언이 있었지만, 2020년 6월 29일은 국회가 없어지고 일당 독재가 선언된 날”이라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의사일정에는 당분간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태를 초래한 배경에 대해서는 “우리(통합당)는 법제사법위원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기를 쪼개 나눠 갖는 등 3가지 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모두 거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해결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협상을 할 수 있냐”고 반문의 형식을 빌린 비난을 쏟아냈다.

사실상 통합당이 요구한 단 한 가지를 들어주지 않으며 생색내기용 제안을 내놓은 뒤 협상결렬의 책임을 통합당에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은 실질적으로는 독주하면서 우리를 들러리로 세우려고 했다”며 명분을 쌓기 위한 형식만 협상이자 협박이었다고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여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금까지 통합당을 비롯해 전신인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에서 해왔던 행태와 잘못에 대한 책임을 한꺼번에 지는 중이라는 평가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솔직히 체계자구심사권을 별도조직으로 이관한다거나 법사위를 옥상옥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담보만 됐다면 통 큰 양보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덧붙여 “20대 국회만 봐도 식물국회에 이어 동물국회까지 재현됐다. 선례가 있는데 언제 어떤 이유를 들어 국회의 의사일정을 막아서고, 또 다시 국회를 뇌사상태로 몰아갈지 모르는 것 아니냐”며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이 통합당에게 양보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민이 맡긴 개혁법안들이 발목 잡히는 상황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절실함의 결과라는 것.

이에 대해 야권도 일부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민주당이 지금 보이는 행동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 야권 인사는 “민주당만으로 176석을 확보한 상태다. 범여권으로 넓히면 180석에 이른다.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법사위라는 야권의 마지막 견제장치마저 빼앗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패스트트랙과 여권연대를 통해 야권의 저지선을 모두 돌파한 민주당이 무엇이 두려워 야당이 요구하는 하나를 들어주지 못하냐”고 반문하며 “야당을, 보수를 절대악으로, 없애야할 적으로 취급하는 모습이다. 건전한 사회, 발전적인 정치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견제와 균형, 소통과 협치는 필요하다. 지금의 상황은 분명 선을 넘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협상 당사자인 통합당을 제외하더라고 여타 소수정당들, 심지어 범여권으로 분류된 정의당조차 민주당의 협상태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소수, 사회적 약자를 위하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킨다며 국회에서조차 소수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주와 편향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본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장을 찾아 “정의당 의원단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다. 코로나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 심사, 그리고 비상한 외교·안보상황에서 더 이상 국회를 공전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정의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본회의에서 정의당 소속 6명의 의원은 투표에 불참했다.

교섭단체 양당이 협상에 실패하며 17개 상임위원장을 하나의 당이 독식하는 사태를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법사위원장 배분에만 집착해 ‘위원장 임기 쪼개기’ 등을 마음대로 협상하고, 정작 법사위를 옥상옥으로 만든 ‘체계·자구심사권’ 폐지논의는 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득을 위한 자리싸움만 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도 상임위원장 선출에 참여하지 않았다. 여당이 행정부를 견제해야할 기본을 어기고 청와대 출장소 역할을 자처하는 행태를 국민의 뜻이라며 밀어붙였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여당은 국회에서 행정부를 전혀 견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원 구성을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정치적 대립의 장으로 변질시켜버렸다”며 지각개원의 책임을 민주당에 뒀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