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아티스트의 책임감

이준범 / 기사승인 : 2020-06-04 21:3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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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최근 대형 아이돌 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연이어 불거졌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슈가와 트와이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먼저 방탄소년단 슈가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의 수록곡 ‘어떻게 생각해?’에 과거 미국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이비 종교 교주의 연설이 삽입돼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프로듀서가 연설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해당 음성을 넣었다는 소속사 측 설명과 달리 샘플 파일엔 ‘이단 교수 짐 존스의 연설’이라는 설명이 기재돼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곡의 트랙을 작업한 프로듀서에게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재차 논란과 선을 그었죠.

트와이스는 지난 1일 공개한 신곡 ‘모어 앤 모어(MORE & MORE)’의 뮤직비디오가 문제시 됐습니다. 지난 3일 조형 예술작가 데이비스 맥카티(Davis McCarty)가 자신의 SNS를 통해 트와이스의 '모어 앤 모어'에 등장한 조형물이 자신의 작품 '퍼스 포털(Pulse Portal)'을 표절했다고 주장한 것이죠. 이에 소속사 JYP 측은 뮤직비디오 제작사에 원작자와의 대화로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고 알렸습니다. 재발하지 않도록 검증 시스템을 보완할 예정이라고도 덧붙였고요.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두 사건엔 공통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두 소속사 모두 아티스트가 아닌 프로듀서와 제작사의 잘못으로 인식했다는 점이죠. 빅히트 측은 "아티스트 본인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당혹스러워하며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정도로 슈가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트와이스의 경우는 제작사와 검증 시스템의 문제를 언급했고요. 실제로 슈가와 트와이스가 논란을 예상하거나 인식했을 가능성은 아마 높지 않겠죠.

하지만 아티스트 당사자가 논란의 원인이 아니란 사실이 면책 사유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작업에 누가 참여했든 대중은 ‘어떻게 생각해?’는 슈가의 곡, ‘모어 앤 모어(MORE & MORE)’ 뮤직비디오는 트와이스의 것으로 받아들일 겁니다. 곡 작업과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에 점점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되는 추세인 현실에서 모든 걸 관리하긴 어려운 일이겠죠. 그렇다고 관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관리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건 이상한 대응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이 논란에 휘말리면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이 사과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불량품 과자가 발견됐을 때 과자 회사가 공장 노동자의 잘못을 지적하는 입장을 발표하진 않겠죠. 임금을 지불한 노동의 결과물로 이익을 얻는 누군가에게 최종 책임을 묻는 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선 당연한 일입니다.

소속사의 대처가 적절했던 걸까요. 이들은 논란 속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슈가는 한국 솔로 가수로선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에 동시에 진입했고, 트와이스는 예정된 컴백 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고 있죠. 소속사의 보호를 받으며 열심히 활동해 인기를 얻는 건 좋습니다. 그래도 한 번쯤은 논란의 원인에 대해, 아티스트의 책임감에 대해 고민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