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슨의 주먹은 여전할까

문대찬 / 기사승인 : 2020-05-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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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슨의 주먹은 여전할까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마이크 타이슨(53‧미국). 복싱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핵주먹’으로 이름을 날리며 복싱계의 상징으로 자리한 그가 최근 복귀를 선언했다. 2005년 공식 은퇴 이후 15년 만이다. 전설적인 주먹이 링 위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의 복귀전에 매겨질 파이트머니도 천문학적으로 치솟고 있다.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격투기 단체는 타이슨에게 2000만 달러(약 240억원)의 대전료를 제시했다. 

빈민가 불량 청소년이 핵주먹으로

미국 뉴욕시 부르클린의 브라운스빌이라는 빈민가 마을에서 자란 타이슨은 2살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간 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느 날 자신이 좋아하던 비둘기를 재미로 죽이는 ‘동네 노는 형’들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얼굴을 묵사발로 만든 타이슨은,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10대 초반부터 갱단에 들어가 폭력과 강도짓을 일삼았다. 회고록에 따르면 10대 당시 경찰에 체포된 횟수는 50여 회에 달했다.

그의 인생은 공교롭게도 소년원에서 전환점을 맞는다. 

소년원의 복싱 트레이너였던 바비 스튜어트는 타이슨에게 복서로서의 재능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당시 엄청난 명성을 갖고 있던 고령의 트레이너인 커스 다마토에게 타이슨을 추천했다. 다마토 역시 타이슨에게서 잠재력을 확인한 뒤 복싱과 함께 글, 예절 등을 가르치며 애정을 쏟았다. 타이슨이 15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죽자 그를 양자로 삼기도 했다. 생전 다마토가 “한 소년이 불씨 같은 재능을 가지고 왔다. 내가 불을 지피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키울수록 불은 거세게 타올라 열정의 활화산이 됐다”고 말했을 정도로 둘 사이는 끈끈했다.  

다마토의 지도 아래 훌륭한 복서로 성장한 타이슨은 특유의 체력과 맷집, 강력한 펀치로 1985년 데뷔 이후 연전연승을 거듭했다. 결국 1986년 11월26일, 불과 20세의 나이로 트레버 버빅을 꺾고 WBC 헤비급 챔피언 자리에 올라섰다. 타이슨은 통산 58전 50승 6패 2무효를 기록했는데, 이 중 KO승만 44차례에 달한다. 그가 ‘핵주먹’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바로 이러한 무시무시한 주먹 때문이었다. 일부 복싱팬들은 아직까지도 타이슨의 주먹 위력을 놓고열띤 논쟁을 벌이곤 한다. 

스승의 죽음, 그리고 탈선

타이슨은 선수 생활 내내 잡음을 몰고 다녔다. 육체적인 능력을 제외하곤 미숙한 어린 아이에 불과했던 타이슨은 챔피언에 등극한 뒤 각종 유혹에 시달렸다. 다마토가 버빅과의 첫 타이틀 매치를 앞두고 사망하면서 그를 바른 길로 이끌어 줄 멘토가 사라진 탓이었다. 전문가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갖춘 타이슨이 스승의 죽음 이후 완성형 복서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방황하던 타이슨은 결국 1990년 2월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WBA, IBF 헤비급 통합타이틀전에서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제임스 더글러스에게 10회 KO패를 당했다. 비슷한 시기에는 호텔에서 한 여성을 강간한 혐의로 징역 6년 판결을 받고 3년간 형을 살기도 했다. 

1996년 9월6일 WBA 챔피언 자리를 다시 되찾지만 에반더 홀리필드에게 TKO로 패하며 영원히 챔피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그의 몰락은 은퇴 이후에도 계속됐다. 아내를 폭행해 천문학적인 위자료를 지급한다거나, 사치를 끊지 못해 4억 달러를 잃고 파산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악동 이미지를 다소 떨쳐냈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비둘기를 기르면서 심신을 안정시켰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비둘기는 사람을 원하며 사람도 비둘기와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다”면서 “비둘기는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 특히 내게 편안한 느낌과 함께 좋은 감정을 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홀리필드와의 재대결 유력… ‘핵이빨’ 오명 씻을까

타이슨은 ‘핵주먹’이라는 별명과 함께 ‘핵이빨’이라는 오명으로도 유명하다. 

홀리필드와의 첫 번째 타이틀 매치 이후 그는 다시 한 번 타이틀 탈환에 나섰다. 홀리필드가 고의적으로 헤드버팅을 이용해 타이슨의 신경을 건드렸고, 화가 난 타이슨은 홀리필드의 귀를 강하게 물어뜯었다. 귓바퀴가 잘려나갈 정도의 대형 사고였다. 사실상 은퇴와 다름없는 상태에 빠진 그는 레녹스 루이스전, 윌리엄스전, 맥브라이드 전에서 패배를 거듭, 2005년 6월12일 케빈 맥브라이드에게 TKO 패배를 당한 직후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재미있는 것은 얽힌 사연이 많은 이들이 링으로 복귀해 재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타이슨을 뒤따라 복귀 의사를 밝힌 홀리필드는 17일(한국시간) 영국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사전에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타이슨과 3차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타이슨 측 에이전트와 내 에이전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직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성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계약만 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타이슨도 꾸준히 복귀를 준비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합의만 되면 3차전이 일어나도 괜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오래 전 화해한 두 선수지만 승부욕이 타오른다면 경기가 의외로 치열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홀리필드 역시 영국 데일리메일과 인터뷰에서 “주먹을 맞댄다면 3분 3라운드 경기를 생각중”이라면서도 “만일 타이슨이 힘을 실어 주먹을 뻗는다면 나도 어찌 반응할지 모른다. KO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할지도 모를 일”이라며 복싱 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전문가들에게도 이들의 맞대결은 큰 흥미를 자아낸다.

1980년대 헤비급 복싱을 지배했던 래리 홈즈는 매체 복싱신을 통해 “그들이 원하고 할 수 있으면 당장 해야 한다. 말려서는 안된다”면서 “홀리필드가 유리하다. 그는 이미 2차례나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타이슨은 홀리필드 상대로 생각이 많아질 것”이라며 홀리필드의 우세를 점쳤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