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친 국제유가…·화학 ‘웃음’ 정유·철강·조선 ‘울상’

임중권 / 기사승인 : 2020-04-06 03:00:00
- + 인쇄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국제 유가가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화학 업계와 마진 악화와 발주 지연이 우려되는 정유·철강·조선 산업간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각)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25.32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29.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에 가장 많이 수입되는 두바이유 역시 싱가포르에서 배럴당 21.55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유가가 3개월 만에 60%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20달러 안팎을 오가고 있다.

폭락한 국제유가에 한국 정유사들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저조한 정제마진(최종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료비를 제외한 값)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석유 수요 감소로 고전 중인 업계에 유가 폭락은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 폭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유사들은 통상 원유를 2∼3개월 전에 사고 실제 판매는 그 이후 진행한다. 원유를 산 시점보다 판매하는 기간에 원유 가치가 추락한다면 재고 평가손실을 피할 수 없다. 원유가격이 급락한 이상 1분기 영업손실은 기정사실화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국내 정유업계는 2014년 하반기 100달러대까지 고공 행진했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2조원 가량의 재고 평가손실을 입었다.

업계 전문가는 “수익성을 좌우하는 정제마진과 글로벌 수요가 악화된 상태에 거대산유국(사우디‧러시아)의 갈등으로 유가 급락까지 발생했다”며 “수익성과 수요 모두 나빠진 상태에 평가손실까지 이어지고 있다. 업황이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전방 수요산업의 부진과 급격히 상승한 철광석 가격에 애를 먹은 철강업계 역시 국제유가 하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유가가 하락하면 유정용 강관(원유 채취에 사용되는 강철관) 등의 판매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통상 유가의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오일을 시추하는 리그(Rig) 수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철강 제품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업황 개선이 더딘 조선업계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글로벌 선주사들이 국제유가 폭락과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에 LNG 선박 발주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에 유가 폭락까지 더해지면서 선주사들의 신규 발주가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저에 매장된 원유를 채취하는 해양플랜트의 수주 전망도 어둡다. 플랜트는 통상 유가가 배럴당 80~100달러대를 돌파해야 시장이 회복된다. 유가가 폭락한 이상 수주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반면 화학 업계는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화학사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나프타로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산화프로필렌(PO) 등을 생산한다. 생산된 PET, PO는 자동차, 가전 등의 분야에 사용되는 기초 원료다. 생산에 필요한 재료가 원유의 일부인 만큼 유가 하락이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화학업계의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 미·중 무역 분쟁에 더해 코로나의 확산으로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잿값이 감소한다는 것은 결론적으로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다만 글로벌 수요 둔화가 문제다.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 활성화가 뒷받침돼야만 실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