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2’ 범팔이처럼 살아남기

이은호 / 기사승인 : 2020-03-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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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2’ 범팔이처럼 살아남기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인생은 범팔(전석호)이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감독 김성훈·박인제)를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절대권력을 가진 해원 조씨 가문의 핏줄을 타고 난 ‘금수저’인데다가, 별다른 능력이나 강단 없이도 끝끝내 살아남는다. ‘킹덤’ 시리즈의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범팔”이라고 말한 뒤로는 온라인에서 ‘범팔은 조선의 장항준’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김 작가의 남편이자 영화 감독인 장항준의 남다른 인복을 범팔에 비유한 농담이다. 어쨌든, 범팔은 많은 이들이 인생의 모토로 삼는 ‘가늘고 길게’를 실천하고 있는 인물이다. 전 세계가 놀란 ‘K-좀비’ 떼 속에서 ‘최약체’ 범팔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는지 짚어본다. 

귀인을 곁에 둔다

생사역에게 맞설 힘도, 그럴 용기도 없다. 동래에 생사역이 발생하자 부사였던 범팔은 단 한 척 남은 배를 타고 동래를 떠난다. 무능과 비겁의 끝을 달리는 그가 덕성(진선규)도 죽고, 안현(허준호)도 죽고, 조학주(류승룡)도 죽고, 아무튼 강한 자들마저 죽음을 맞는 와중에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서비(배두나)의 도움 덕분이었다. 동래에 처음 생사역이 나타났을 당시 범팔은 서비의 등 뒤에 숨어 화를 피했고, 동지가 지나 생사역이 낮에도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게 됐을 때도 서비의 뒤를 따른 덕에 죽음을 면했다. 그는 자신을 살려준 서비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데, “검은 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널 내 옆에 둘 것”이라고 고백했다가 광속으로 차였다. 그래도 불굴의 범팔. 끊임없이 서비의 주위를 맴돌며 ‘약초 가방 셔틀’을 자처해 여러 번 목숨을 구했다. 시즌2의 궁궐 전투에선 영신(김성규) 덕분에 세 번이나 죽을 위기를 모면하는데, 이 정도면 인복과 귀인을 알아보는 능력만큼은 탁월하다 할 수 있겠다.

쉴새없이 두려움을 호소한다

“‘킹덤2’ 리뷰: 50%의 겁나 무서운 좀비(생사역)와 50%의 ‘서비야아아아아!’”라는 한 외국인 팬의 감상처럼, ‘킹덤’에서 범팔은 끊임없이 두려움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한다. 그의 대사는 주로 “서비야”(평상시) “서, 서, 서비야”(무서울 때) “서비야, 서비야…!”(위기에 처했을 때)로 이뤄져있고, 각 회마다 ‘범팔의 비명’, ‘범팔의 신음’, ‘범팔의 거친 숨소리’, ‘범팔의 놀란 비명’ ‘범팔의 기겁하는 신음’ 같은 자막들이 여러 번 반복된다. 이창(주지훈)을 치료할 약초를 구하면서 “나도 다쳤는데”라고 투덜대고, 생사역을 피해 문경새재로 가자는 서비의 말에는 “읍성 쪽엔 괴물들이 득실거릴 텐데, 거기까진 또 어찌 간단 말이냐”며 울상을 짓는다. 그런데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심정이 이런 걸까. 여러 버전의 “서비야”와 온갖 종류의 ‘신음’, ‘비명’을 듣다보면 어느새 범팔에게 무사와 안녕을 바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핏줄을 타고 난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2’를 핏줄과 혈통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범팔은 혈통의 수혜를 본 자다. 할 줄 아는 거라곤 술 먹고 잔치를 벌이는 일밖에 없었던 그가 부산 동래 도호부의 부사로 취임할 수 있었던 건 당연히 큰아버지 조학주 덕분이었다. 역병에 신음하는 동래를 가장 먼저 탈출해 문경새재로 도망갔을 때, 조학주는 “그 막중한 자리에 있으면서 고작 한 것이 네 목숨 하나 부지한 것이냐”라고 꾸짖으면서도 “네 몸에 흐르는 해원 조씨의 피에 고마워 하거라”라면서 그를 거둔다. 게다가, 조학주의 아들 조범일(정석원)이 죽어 ‘해원 조씨의 유일한 후계자’로 격상(?)해 훗날 어영대장의 자리에까지 앉게 된다. 변호사 모씨의 말을 패러디하자면 이렇다. 싸움 겁나게 해봐야 부모 잘 만난 것 못 쫓아가.

무릎을 아끼지 않는다

범팔은 쉽게 무릎을 꿇는다. 동래에 온 이창이 세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무릎을 꿇은 이도 그였고, 한 척뿐인 배를 타고 동래에서 도망 나갔다가 다시 이창 무리를 만났을 때도 즉각 무릎을 꿇고 빌었다. 어디 그뿐인가. 문경새재로 넘어가 큰아버지 조학주를 마주했을 때와 입궐해 사촌동생인 중전(김혜준)을 알현했을 때도 그는 비굴해 보일정도로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범팔이 언제나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몸을 낮추는 것은 아니다. 그는 죽을 위기에 처한 조학주를 앞에 두고, ‘큰아버지를 살려달라’며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서비에게도 무릎을 꿇었다. 어영대장으로 임명된 후, 이창 편에 선 자들의 삼족을 참형에 처해야 했을 땐 “어영대장이고 나발이고 이런 건 못하겠다”면서 역적으로 몰린 이창에게 무릎 꿇었다. 한때 비열했고 지금도 여전히 나약하지만, 범팔이 끝끝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사람은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지 않을까. 부디, 범팔이 시즌 3에서도 생존하고 성장해주길. ‘인생은 범팔이처럼!’의 의미를 새로 쓰면서.

wild37@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