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쿡] 나경원 vs 이수진 ‘격돌’ 동작을, 공략키워드는 ‘신뢰’

/ 기사승인 : 2020-03-2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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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신 팽배하지만 개혁 바라는 마음도 커… 12년째 보수집권 깨질 수도

[쿠키뉴스] 오준엽 조현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로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극도로 약화되는 분위기다. 더구나 정치권 내 갈등과 분열, 그에 따른 혼란의 여파로 ‘4·15 총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들은 자신의 선거구에 나서는 후보가 누군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쿠키뉴스가 격전이 예상되거나 총선의 판도를 좌우할 대표적인 지역구를 직접 찾아 유권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 6번째 경유지는 12년째 보수진영에서 자리를 편, 하지만 언제든 유권자들의 마음이 돌아설 수 있어 표심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선거구 ‘동작을’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서울 서부벨트의 핵심선거구 중 하나이자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선거구획 상 ‘동작을’은 중앙대학교를 중심에 두고 9호선이 지나는 흑석동과 숭실대학교가 곁 한 상도1동, 총신대와 국립서울현충원, 7호선의 남성역, 7·4호선의 이수역, 4·2호선의 사당역을 품고 있는 사당 1~5동으로 묶여있다. 지역적으로는 관악구와 여의도, 용산, 반포, 방배에 둘러싸여 접근성이 뛰어나 한강이남의 전통적 주거밀집지역 중 한 곳이다.

실제 3개의 대학 주변으로 대단위 원룸촌과 노후주택, 13년여간 이어지는 재개발로 형성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혼합된 주거형태를 보이고 있다. 주민들 또한 과거 호남출신이 다수였다면 지금은 2030세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4050세대의 유입도 많아졌다. 다만 서울시와 정부 정책에 따라 재개발이 묶이며 빈부격차가 커진 지역이기도 하다.

이에 진보성향이 강한 3040세대의 유입, 개발에서 제외된 지역민들의 불만, 취업난에 집값 상승,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반정부적 기류가 혼재해 그 어느 때보다 판세예측이 더욱 어려운 곳이 됐다. 게다가 ‘경제력 필승’ 혹은 ‘여당 필승’이란 속설까지 공존해 두 속설이 충돌하는 이번 선거가 여느 총선보다 ‘박빙’이 예상되는 이유다.

◇ 인물의 나경원 vs 여당의 이수진… 이수진 판정승? 

최근 1달여간의 각종 여론조사결과도 ‘접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다만 선거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으로 도전장을 내민 이수진 예비후보에게로 저울이 미세하나마 기우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 같은 기류는 현장에서 직접 지역민들과 나눠본 대화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상도1동에 거주하는 한 보건업계 종사자(47세, 남)는 “나경원의 대외적 지명도나 영향력은 인정받는다. 경험과 능력도 인정받는다. 그러나 개인으로는 비리의혹에 얼룩져 비호감이 강하다. 반대로 이수진은 정치초년생으로 정치역량 자체가 불투명하다. 민주당 후보라는 것이 전부”라며 “배경이나 확장성 측면에서 이수진이 자신을 잘 알린다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유사한 전망을 20대 여대생(흑석동)도 내놨다. 그는 “양자대결이 벌어질 것 같은데 정말 뽑을 사람이 없어서 그런 면도 있을 듯하다”며 “한 명(나경원)은 딸 입학비리의혹이 터져 찍어주고 싶지 않고, 나머지 한 명(이수진)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 평소 정당보다 후보 개인의 성품을 보는데 이번엔 미래통합당보다는 민주당이 나을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수진 예비후보의 우세가 확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흑석동에 40여년째 살고 있다는 80대 남성은 “정치도 제도도 생산적이고 발전적이어야 한다. 결국 우리 자손이, 미래세대가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시국은 점점 불신과 불안만 키운다”며 “보여주기식 행정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을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한 직장인 남성(38세, 상도1동)은 “청년들은 취업걱정 뿐이다. 어떻게 취업을 해도 40대만 되면 실직걱정이다. 자영업자도 장사걱정에 하루도 편하지 않다. 나이 들어서 편한 삶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이번 정권에선 사람들이 진보보수로 나뉘어 서로를 혐오하고 싸우기 바쁘다. 공정·평등에 대한 신뢰마저 잃었다”며 선거를 통한 정권심판을 다짐하는 모습도 보였다.

◇ 시민들, “투표로 세상을, 정치를, 정부를 바꾸겠다” 일심

이처럼 복잡한 여론 속에도 흑석동과 사당1·4동을 중심으로 만나본 10여명의 유권자들은 그 방향성은 다를지라도 “이번엔 바꿔야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흑석동에 살고 있다는 65세 여성은 “찍으려고 해도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누굴 찍을 진 아직 잘 모르겠다. 누굴 찍어도 똑같겠지만 다만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스크 쓰고 일을 해 호흡조차 쉽지 않은 상황, 창문조차 열지 못하고 바깥출입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현실, 만나 대화를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상부에 보고해야하는 불편함, 점점 어려워지는 생활, 정작 필요한 사람이 아닌 목소리 크고 먼저 손 내미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세상을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뽑겠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역시 흑석동에 거주한다는 20대 남학생은 “과거 지역색에 맞게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정당을 보고 투표를 했는데 요즘은 당들이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만 활동하는 것 같아 똑같다”며 “투표를 통해 정치인들의 행태를 평가하고 바꿔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흠결이 없고 청년층에 대한 관심이 많은 후보를 뽑으려한다”고 답했다.

사당 1동에 살며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성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정치개혁’, ‘삶의 변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투표를 하는 것이 나라를 조금이라도 올바르게 가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해 새벽에 투표를 하고 가게 문을 연다”며 “나라경제를 살리고 자영업자를 위하는 사람, 당이나 공약보다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을 뽑으려 한다”고 전했다.

사당 3동에서 4년째 살고 있다는 직장인(30세, 남)은 “지지하는 후보나 정당은 없다. 공약도 딱히 보지 않고 있다. 투표 시기의 정치상황을 많이 본다”며 “현재 전반적으로 정치가 잘못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해 ‘정치개혁’을 선거의 핵심에 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편 지역적 현안으로는 ‘교통문제’가 단연 첫 손에 꼽혔다.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급격한 인구유입과 대규모 아파트 단지조성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도로로 인해 극심했던 교통체증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며,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동산 정책에 따른 재개발 지연 혹은 제외 지역의 균형발전 등도 문제라고 지적됐다.

같은 맥락에서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으로 인해 불법 주정차가 늘고,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강구해야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여기에 재개발 등으로 인한 집값의 고공행진이 원주민의 이탈과 학생들의 부담가중으로 이어지고 있어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는 말도 있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