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비사업 클린수주 계속 이어지길

안세진 / 기사승인 : 2020-03-20 05:00:00
- + 인쇄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 최근 한남3구역 재건축사업지 현장에 어울리는 사자성어는 ‘상전벽해’다. 지난해 9월 초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시작으로 11월 말까지 이어지던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 흔적이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해졌기 때문이다. 이곳이 불과 몇 달 전 정부와 서울시의 특별점검과 검찰수사까지 있었던 말 많고 탈 많던 사업지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당시만 해도 현장 거리에는 건설사들의 홍보문구가 적힌 대형 플랭카드들이 즐비했고,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벽면에는 각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이름이 적힌 사업 조감도가 붙어 있었다. 

또 입찰참여 건설사 중 하나였던 GS건설은 이곳에서 일부 조합원들에게 현금과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 한남3구역은 재입찰을 진행 중에 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수주를 위해 조합원들에게 은밀하게 접근하던 홍보요원들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 현장엔 ‘불법행위 신고센터 운영’이라는 글자가 적힌 용산구청의 플랭카드가 이들을 감시 중에 있다. 

공인중개사무소 벽면에 붙어 있던 홍보 팜플렛은 자취를 싹 감췄다. 현장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요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헛걸음하셨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의 불공정·과열경쟁 관행을 막기 위한 선제적 공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시는 서초구와 함께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장을 클린수주 모범 사례 사업지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해당 조합은 건설사들의 개별홍보를 금지하고 있다.

이때부터였을까.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뛰어드는 건설사들은 ‘클린수주’를 디폴트값으로 하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5년 만에 정비사업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유에 대해 최근 도시정비업계에 클린수주 바람이 불면서 사업에 다시 참여해도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정비업계의 불법경쟁 관행이 얼마나 판을 쳤는지 알 수 있다.

정비업계에 클린수주 훈풍이 불고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중요한 건 이같은 훈풍이 이번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도시정비사업엔 단순히 건설사와 조합뿐만 아니라 이들과 관련한 협력업체들까지 다양한 이익집단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특히 서울 내 도시정비사업은 건설사들의 꽃이라고 불리는 만큼 그 갈등이 훨씬 더 심해진다. 

당국과 각 지자체는 이번 클린수주 행보가 도시정비업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더욱 감시의 두 눈을 밝혀주길 바란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