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치명적인 침묵의 난소암, ‘일차치료’ 급여도 묵묵부답

송병기 / 기사승인 : 2016-03-05 10: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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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송병기 기자] #중학생 자녀가 있는 주부 임모(45·여)씨는 최근 월경이 불규칙해져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난소암 3(C)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10시간의 대수술을 견뎌낸 임씨에게 담당의는 수술이 잘 진행됐고, 좋은 예후를 위해 향후 기존 항암제와 함께 표적치료제로 치료 받길 추천했다.

하지만 첫 치료에 실패해 6개월 내 재발한 경우에만 표적치료제의 보험 혜택을 주는 현행 기준이 문제였다. 첫 치료에 해당되는 임씨의 경우는 표적치료제 투약 비용을 전액 본인 부담해야 했다. 임씨도 당연히 표적치료제를 쓰고 싶지만 너무 많은 돈을 본인 치료비로 쓰기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그녀는 기존 항암제 만으로 일차치료를 마무리해야 했다.

◇재발돼야만 표적치료제 급여혜택 가능, 이상한 난소암 급여 기준

난소암 치료에서 표적치료제의 급여 이슈가 화두다. 지난 해 11월 문정림 의원실에서 주최한 ‘침묵의 살인자 난소암, 극복을 위한 정책은?’ 주제의 국회토론회에서 많은 난소암 환자들이 항암제 치료비용으로 경제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의료계에서는 난소암 치료의 ‘골든타임’인 ‘일차치료’에서 표적치료제의 급여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가암등록사업 연례 보고서(201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난소암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암세포가 골반 밖까지 전이돼 있는 ‘진행성 난소암’ 단계(3B~ 4기)에서 발견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진행성 난소암 환자의 일차치료에서는 난소암의 종양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 직후, 잔류 암 세포를 죽이거나 성장을 차단하기 위한 항암치료를 필수적으로 진행한다. 재발이 잘 되는 난소암의 질환 특성상 이러한 일차치료 과정은 환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해 김태중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일단 난소암이 재발되면 환자와 가족은
힘겨운 난소암과의 전쟁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라며 “재발 후 거듭되는 항암치료로 치료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여러 항암제의 사용으로 위험한 합병증까지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따라서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재발 시기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도록 일차치료에서 최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치료옵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소암 표적치료제 급여,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일차치료에 중점 둬야

따라서 진행성 난소암 환자 입장에서 지금의 급여 기준은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의하면 현재 일차치료에서 사용 가능한 표적치료제의 경우 진행성 난소암 일차 항암치료 후 6개월 이내에 재발한 경우에만 급여가 인정되고 있어, 일차치료 단계의 환자들은 아무런 급여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환자들은 안타까움을 표한다. 임씨는 “몸 상태가 조금이라도 나을 때 최선의 치료를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한데 재발 이후부터 표적치료제 급여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암 환자에게 사망 선고와 다름없는 ‘재발’을 그렇게 무감각하게 이야기하는 정부 관계자들에게는 아내, 어머니가 없는가 묻고 싶다”고 하소연 했다.

난소암의 일차치료에서 사용 가능한 옵션이 제한적인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현재 난소암 일차치료에서 환자가 급여 혜택을 받으면서 쓸 수 있는 항암제는 15~20년 된 오래된 세포독성항암제들 뿐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부인과 전문의들도 정체된 난소암 생존율 개선을 위해 일차치료에서 표적치료의 건가보험급여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부인과 의료진들의 수술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항암치료가 과거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치료예후 개선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난소암 치료의 관건이 ‘재발 방지’에 있음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체감하는 상황에서 표적치료제의 급여 우선순위도 ‘재발 지연’이 가능한 일차치료에 중점을 두고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와 환자단 등 일각에서는 올해 마무리되는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정책’의 성공적인 완결을 위해 난소암 일차치료 환자처럼 소외된 의료 사각지대 환자들을 정부가 더 관심을 갖고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16년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 고가항암제를 포함한 200여개의 비급여 항목에 대한 건강보험을 추가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songbk@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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