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광산 폭발] 정신나간 에르도안 총리 “이런 사고는 종종 일어난다”

/ 기사승인 : 2014-05-16 0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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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반정부 시위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도 꿋꿋하게 11년을 버텨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대선을 3개월 정도 앞두고 발생한 탄광 폭발 사고로 집권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시민들은 정부의 안전 불감증을 비난하며 들고 일어섰고 경찰은 물 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터키 시민들은 14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앙카라 등 전국 곳곳에서 에르도안 총리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번 사고가 정부의 졸속 규제완화, 민영화 정책, 무리한 탄광 운영 등의 문제로 발생했다며 에르도안 총리의 퇴진을 주장했다. 에르도안 총리의 부적절한 발언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사고 발생 다음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현장을 찾은 에르도안 총리는 “이런 사고는 종종 일어나는 것”이라며 “탄광에서 폭발 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끝나자마자 근처에 있던 유가족과 시위대가 몰려들었고, 에르도안 총리는 이들을 피해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인근 마트로 피신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일부는 ‘살인자’ ‘도둑놈’이라고 외치며 에르도안 총리의 차를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 AFP통신은 이 발언을 두고 “사고의 심각성을 경시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고, AP통신은 “완전히 감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시위는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이스탄불에 있는 탄광회사 소마 홀딩스 건물 앞에서 얼굴을 검게 칠하고 ‘살인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거리 곳곳에서 탄광용 헬멧을 쓴 수천명의 시민이 정부의 미흡한 안전 대책을 비난하며 ‘에르도안 퇴진’을 외쳤다. 수도 앙카라에선 시위대 800명 가량이 에너지부 청사까지 행진해 돌을 던졌고 크즐라이 광장에는 3000~4000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했다.

AFP통신은 에르도안 총리가 그동안 터키 탄광업계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도 있었다고 전하며 보름 전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소마 탄광에 대한 안전 검사 요구를 집권당이 부결시킨 사실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오는 8월 열릴 대선의 유력 후보로 꼽히던 에르도안 총리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여기에 야당인 CHP와 민족주의 행동당이 후보 단일화를 꾀하면서 대권의 향방은 알 수 없게 됐다.

한편 타네르 이을즈드 에너지부 장관은 탄광 폭발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274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탄광 안에는 아직도 최소 수십 명의 광부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탄광 폭발사고 희생자 중에 15세 소년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유가족은 사고 희생자 명단에 올라와 있는 케말 이을드즈의 나이가 15세라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노동당국은 불법 고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사고 발생 다음날인 14일에도 흑해 연안에 있는 광산이 무너져 광부 1명이 숨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