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 먹이는 ‘항생제’ 인체에도 영향 미친다

/ 기사승인 : 2014-03-04 06:02:01
- + 인쇄


당신이 먹는 고기, 안전하십니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나 구제역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이러한 가축 전염병 확산 원인을 두고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가축에 사용된 항생제가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항생제 남용, 공장식 축산 등의 가축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美FDA “항생제 남용, 인체에도 악영향”= 소, 닭, 돼지 등 가축 사료에 사용되는 30여종의 항생제가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을 일으킨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내부 문건이 공개되자 국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지난 1월 FDA 내부조사 문건을 인용해 가축에 사용되는 항생제 30여종 18개가 가축을 먹는 사람들의 박테리아 감염 질병과 직접적 연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이 내부문건은 FDA가 가축에 사용된 항생제가 인간에게도 유해한 지 여부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약 10여년에 걸쳐 조사한 연구자료로, 시민단체 소송 과정에서 공개됐다. 특히 문제가 되는 항생제는 가축에 많이 사용되는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등이며 이 중 18개가 고기를 먹는 사람에게도 항생 내성 박테리아 전염을 일으킨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동물단체 등은 육계가 인간의 건강과 고기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항생제 저항성은 육계뿐 아니라 다른 농장동물에 있어서도 매우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항생제를 과도하게 투여해 특정 균에 내성이 생긴 동물을 직접 접촉하거나 동물의 배설물을 접촉함으로써 사람에게도 그 동물과 같은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06년 유럽에서는 치료목적을 제외한 항생제의 사용(성장촉진)을 금지했다.

동물 가축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장식 사육 환경에서 동물을 아프지 않게 하는 항생제의 남용은 결국 사람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캄필로박터는 선진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장 질병 원인균 중 하나로, 최근 WHO에서는 식품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원인균 중 하나로 규정했다. 캄필로박터는 방목형 시스템에서 길러지는 닭이나 천천히 자라는 품종에서 감염이 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성남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AI나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은 최근 발생한 괴질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가축전염병”이라며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수백마리씩 살처분을 하거나 항생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집단사육 방식인 공장식 사육 환경을 개선하고 가축들이 자연섭리에 따라 면역력을 키워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목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학계도 항생제가 인체 내에서 변형을 통해 내성이 강한 ‘슈퍼 박테리아’가 생겨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황성남 교수는 “인류가 항생제를 발명하면서 병원체 감염을 정복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최근 병원체들이 진화를 거듭해 슈퍼박테리아로 등장하자 이러한 기대는 깨졌다”며 “항생제 남용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축산용 항생제 사용량 여전히 ‘높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축산 항생제내성균 감시체계 구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축산용 항생제 전체 판매량은 2007년까지는 약 1500톤 내외,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약 1000톤 내외, 2011년 956톤, 2012년 936톤이 판매돼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항생제 중 돼지, 닭의 항생제 사용비율은 감소했으나 소는 소폭 증가했다.

항생제 종류별 판매량은 2012년 테트라사이클린계가 약 282톤으로 가장 많이 판매됐으며, 페니실린계, 설폰아미드계 항생제가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3종의 항생제 판매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세팔로스포린계 등 일부 항생제는 사용량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테트라싸이클린, 스트렙토마이신 등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에서 가축 내성률이 모든 축종에서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들도 이러한 항생제 퇴출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 미국 FDA가 가축에 사용하는 항생제가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항생제 퇴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 화이자 자회사인 조에티스 등 FDA 가이드라인을 따르기로 했다. 반면 국내 상황은 아직 더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물약품을 판매하는 제약사들이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이 사회공헌 등 책임에서는 벗어나 있다”며 “이들도 적극 나서 항생내성에 대비한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는 주요 다국적제약사로는 바이엘헬스케어, 한국MSD동물약품,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 메리알 등이 있으며 국내 제약사로는 녹십자, 대성미생물, 코미팜, 씨티씨바이오 등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