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방송사들… 일베표 합성사진 방송사고 모아보니 ‘심각’

/ 기사승인 : 2014-03-03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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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 반사회적 커뮤니티란 논란이 있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교묘하게 합성한 고려대 로고를 사용한 것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SBS로써는 벌써 세 번째다.

그동안 SBS가 특히 굵직한 방송사고를 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 등 다른 방송사들 역시 일베의 마수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일베 관련 방송사고를 시간순으로 나열해 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방송사들은 왜 같은 실수를 두세 번씩 반복하는 걸까.



<2013년 8월 20일> SBS 8시 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한 이미지 노출

첫 일베 관련 방송사고는 ‘SBS 8시뉴스’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8월 20일 보도에서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노출 우려를 다룬 ‘특파원 현장’ 코너 도중 자료화면 그래프 중앙 밑 부분의 ‘노알라’ 이미지를 내보낸 것이다. 노알라란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합성이미지로 노 전 대통령 얼굴에 코알라를 겹쳐놓은 형상이다.

처음 터진 일베 관련 방송사고였던 만큼 당시엔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더구나 이 방송사고가 발생하기 2달 전 한 네티즌이 일베게시판에 “일베는 방송국도 점령했음을 잊지 마라”라고 적으며 SBS 내부 사진을 올렸고, 방송사고 직후엔 같은 네티즌이 “일게이(일베 회원) 선배들 짓이다. 단체로 중징계를 당할 듯싶다”라는 글을 남겨 내부자 소행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첫 방송사고는 SBS 측이 “일베와 SBS가 관련됐다는 의혹에 내부적으로 민감한 상태”라며 “자료 사용에 있어 신중을 기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2013년 9월 27일> SBS 스포츠뉴스, 일베에서 만든 연세대학교 조작로고 그대로 내보내

한 달여 만에 SBS 스포츠뉴스가 연세대 로고를 잘못 사용하는 방송사고를 냈다. 대학 농구 관련 소식을 전하던 중 SBS는 ‘ㅇㅅ’가 표현된 연세대 로고에서 ‘ㅅ’이 ‘ㅂ’으로 조작된 로고를 방송에 내보낸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일의 책임을 물어 SBS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SBS 측은 “스포츠 취재부에서 연세대 마크를 사용하기 위해 구글에서 큰 사이즈 이미지를 검색해 찾은 이미지”라며 “무지에서 비롯돼 사고가 났다”며 재차 사과했다.



<2013년 11월 8일>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연세대 조작로고 또… 고의가 아니냐는 의혹도

케이블채널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에서도 연세대 일베로고를 사용했다. 일베에서는 이를 ‘일베대’ 혹은 ‘연베대’ 마크라고 부른다. 당시 일부 네티즌들은 일베 회원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를 앞세워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하기도 했다.

tvN은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외주제작사의 자료 담당이 연세대 로고 대신 실수로 이 이미지를 삽입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2013년 12월 13일> XTM ‘남자공감랭크쇼’ M16 케이블 방송에 재차 등장한 ‘노알라’ 이미지

지상파 방송 SBS에 이어 이어 케이블채널도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노알라’ 이미지를 방송에 내보내 논란이 됐다. XTM ‘남자공감랭크쇼 M16 - 잊고 싶은 흑역사 스타 굴욕’은 일본 야구선수 스즈키 이치로와 방송인 클라라를 합성한 사진을 소개하면서 ‘노알라’ 이미지를 함께 내보냈다.



<2013년 12월 18일> MBC ‘기분좋은날’ 밥 로스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합성사진 물의

MBC 아침프로그램 ‘기분 좋은 날’은 12월 18일 방송한 ‘생활 속 희귀암’이라는 코너에서 미국인 화가 밥 로스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자료화면으로 일베 회원들이 로스와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사용해 논란을 불렀다.

해당 이미지는 지난 3월 일베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만든 후 ‘밥盧스’라는 제목으로 퍼뜨린 것이다. 구글 등 포털사이트에서 이미지 파일이 검색되지만 ‘밥盧스’라는 제목이 붙어 있어 합성 여부를 알 수 있었지만 제작진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MBC “편집과정에서 신중을 기해야하는데 책임을 다하지 못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또 방송 책임자인 콘텐츠협력국 남궁찬 콘텐츠협력2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또 다른 담당자인 김철진 책임프로듀서를 콘텐츠협력2부에서 1부로 발령 내는 등 문책을 내렸다.



<2013년 12월 21일> MBN 뉴스 8시, 수능 만점자 관련 보도에 또 등장한 연세대 합성로고

종합편성채널 MBN도 자유롭지 못했다. MBN 뉴스8는 수능 만점자를 소개하는 보도를 하면서 자료 화면으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마크를 내보냈다. 이때 연세대 조작로고가 또 나갔다. 연세대는 조작된 로고가 세 번이나 나가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일베 관련 방송사고가 12월에만 세번 반복됐다.

별일 아닌 일로 치부되게 됐는지 이때는 별다른 사과도 없이 넘어갔다. MBN은 해당 방송 사고가 담긴 장면을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하는 선에서 수습했다.



<2014년 3월 2일> SBS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 잠잠하다 싶더니 이번엔 고려대학교 조작로고 내보내는 실수 저질러

SBS의 ‘핫’한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에서 또 다시 일베 관련 방송사고가 나면서 도마위에 올랐다. 런닝맨 제작진은 고려대학교와 유재석 팀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고려대 로고의 호랑이 귀에 ‘ㅇ’ ‘ㅂ’을 합성해놓은 일베 조작로고를 사용했다. 교묘하게 변형시킨 만큼 세심하게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SBS 측은 “CG 업체에 의뢰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했다”면서 “마지막까지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 크다. 고려대학교 측과 시청자분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사과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방송사… 왜?

이러한 방송사고가 나면 그날 일베 게시판은 난리가 난다. ‘일베가 또 해냈다’는 식의 글이 도배되기 일쑤다. 베스트 게시판에 오른 글엔 수천 개의 추천과 수백 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이들을 관찰한 결과 자신들이 만든 이미지로 인해 방송사고가 일어나면 일종의 성취감과 희열을 느끼는 듯 보였다. 그래서 이들은 단번에 알아채지 못하는 수준에서 이미지를 변형해 퍼트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방송사고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결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최상위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의 변형된 로고도 발견된다. 이 외에도 일베 회원들이 조작해 놓은 이미지가 인터넷 곳곳에 퍼져 누군가가 실수하길 기다리고 있다. 방송 제작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송사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데 대해 최영묵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는 “공영방송의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종합편성 채널들이 진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외주 업체들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 결과 지상파 방송마저 하향평준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