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흔든 남성 “일본팀 이겨서 후회 안한다”

/ 기사승인 : 2013-08-04 13: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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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지난달 28일 동아시아연맹(EAFF) 축구선수권대회 한일전에서 욱일승천기를 흔들었던 일본 남성은 “결코 정치적인 의미는 없었고 결과적으로 경기를 이겨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나리’란 필명의 이 남성(35)은 일본 온라인 매체 뉴스포스트세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동아시안컵 한일전 당시 욱일기가 등장한 모습을 보고 격분한 한국 응원단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두 나라 간 외교문제로까지 번진 ‘현수막 사태’의 원인 제공을 일본 측이 한 것이다.

뉴스포스트세븐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의 열성팬이다. 그는 2010년 서울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안중근 의사가 그려진 현수막이 내걸린 것을 보고 “그때는 그게 누구인지 몰랐다가 나중에 알아본 뒤 일본팀에 대한 도발이라고 생각했고 언젠가 응징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일전 관전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마침 찾아온 기회가 지난달 28일 경기였다.

스스로 교양이 부족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밝힌 그는 욱일기에 대해 “외국 재해 현장에서 자위대의 구조 모습을 담은 TV 화면에서 본 정도여서 나쁜 이미지는 없었다”고 말했다. 욱일기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서도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선 (그런 반응이)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욱일기를 흔들면 한국 측이 동요하고, 그 결과 일본 팀에 유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정치단체에 조종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도쿄 내 한인 밀집지역인 신오쿠보에서 벌어지는 반한(反韓) 시위에 참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반한 시위 참여에 대해 “차별에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다만 (이것 때문에) 내 사상에 치우침이 있는 것으로 해석돼 요코하마 마리노스에 누가 된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합 전 경기장 밖에서 붉은 악마 한명이 자신의 일장기를 보고 ‘깃발이 멋있다’며 싹싹하게 말을 걸어와 이메일을 교환키로 했지만, 연락을 할 수 없게 돼 아쉽다”고 했다. 이어 “욱일기는 압수당했지만 일장기로 바꿔 응원을 계속했고 귀국도 무사히 했다”며 “한국 측의 대응이 부드러웠던 게 놀랍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원한이 있었던 건 아니고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한일전이나 중일전에서 욱일기를 휘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요코하마 마리노스 측은 이 남성에 대해 “3년 전 J리그 경기에서 문제를 일으켜 무기한 입장금지 처분을 내렸고 지금도 유효하다”면서 “우리와 무관한 경기에서 벌어진 개인의 행동에 대해 설명할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