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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人터뷰] 안무가가 밝힌 (브아걸)시건방-(카라)엉덩이춤 탄생의 비밀

김은주 기자입력 : 2009.10.16 19:45:00 | 수정 : 2009.10.16 19:45:00


"[쿠키 연예]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10월에는 인기 프로그램이나 가수의 뒤에 서있는 스태프를 통해 대박 프로그램의 이면이나 인기 비결, 스타들의 면면을 들어본다. MBC 월화사극 ‘선덕여왕’에서 여배우들의 헤어를 담당하는 이은영 씨, KBS 예능 ‘해피선데이-1박2일’의 슬레이트맨 김정근 FD에 이어 이번에는 인기댄스의 안무가를 만났다.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시건방춤’과 카라의 ‘엉덩이춤’을 탄생시킨 전홍복·배윤정이 그들이다.

하루에도 수십 곡씩 신곡이 쏟아져 나오고, 신인 가수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속속 데뷔하고 있다. 그야말로 ‘가수 범람 시대’다.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 구조가 변하면서 5분에서 ‘30초 승부’로 템포도 빨라졌다. 단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센 한 방’이 필요한 시대다. 이로 인해 ‘후크송’(가사나 멜로디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노래)이 대세로 떠오르고, 춤은 날이 갈수록 강렬해지고 있다.

브아걸 ‘시건방춤’ 카라 ‘엉덩이춤’…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잘 만든 춤 하나 열 노래 안 부럽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가요계 인기 공식’이 된 지 오래다. 사람들도 가수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보다 춤으로 먼저 인식할 때가 많다. 그렇다면 가수의 끼와 매력을 발산시켜주는 춤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여성 4인조 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의 ‘시건방춤’과 여성 5인조 그룹 카라의 ‘엉덩이춤’을 만든 ‘미다스의 손’ 두 주역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도심의 건물이 어둠에 몸을 감추는 시간, 서울 방배동의 안무실에서 전홍복(30)·배윤정 단장(31)을 만났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남녀 단원 10여 명을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자야할 시간 아니냐. 연습하기 힘들지 않냐”고 첫 인사를 건네자 “지금이야 말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육체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정도로 춤을 향한 열정이 강하다는 게 말 한마디를 통해 전해지는 듯하다.

배 단장은 열일곱 살 때부터 이효리의 ‘텐 미니츠’(10 minutes), 김현정의 ‘멍’, 박지윤의 ‘할 줄 알아’ 등의 노래에 참여하며 백댄서로 활동했다. 무용단 출신인 전 단장은 솔로가수 임창정, 그룹 이글파이브, H.O.T 출신 강타, 룰라 채리나 등과 한 무대에 섰다.

백댄서 시절부터 친분을 쌓아온 두 사람은 2007년 1월 방배동에 안무팀과 사무실을 차린 뒤 각각 남자팀 ‘야마’(7명)와 여자팀 ‘핫칙스’(12명)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솔로가수 박진영, 비, 길건 등의 안무를 공동으로 작업했다. 최근에는 브아걸과 카라의 춤을 히트시켰다.



두 사람은 13년 경력의 ‘춤꾼’인데다 안무팀을 꾸려나가고 있는 단장이지만,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밤을 새서 안무를 만들어도 무대 오르는 걸 거르는 법이 없다. 그렇게 수년 동안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단련시켜왔다.

또 가수나 작곡·작사가에 비해 안무가에게는 구상을 위한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평소의 꾸준한 연습, 아이디어의 충분한 저장이 필요한 이유다. 찰나에 만들어진 춤들이 대박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면에는 미리 흘려놓은 땀이 있다.

예를 들어 브아걸의 ‘시건방춤’과 카라의 ‘엉덩이춤’ ‘예예춤’이 5분 내에 완성됐다. 하지만 마지막 완성 동작이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 문제의 춤을 만들기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수천 번씩 몸을 흔들고 비틀고 꼬았다. 노래와 안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히트 춤은 안무가의 몸에서 빚어진다.

“브아걸의 ‘시건방춤’은 전 단장이 흔들고 반복되는 느낌이 좋겠다고 하길래 ‘이러면 어떨까’ 제가 선 자세에서 몸을 흔들었어요. 거기에서 몸을 돌면서 수정했더니 ‘시건방춤’이 탄생됐죠. 춤 이름도 우연히 만들어졌는데요. 브아걸 멤버들이 춤의 포인트를 잡는 걸 어려워 하길래 ‘시건방을 떠는 것처럼 추라’ 주문했더니 곧잘 추더라고요. 멤버들이 ‘언니 이거 시건방춤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해서 그 뒤로 ‘시건방춤’이라고 불렀죠.”

카라의 춤은 일상생활에서 뽑아낸 것들이 많았다. 카라의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프리티걸’(Pretty Girl)의 ‘예예춤’은 방송인 김국진이 MBC 예능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두 손을 들고 흔드는 춤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카라의 두 번째 정규앨범 더블 타이틀곡 ‘미스터’(Mister)의 ‘엉덩이 춤’은 전 단장이 클럽에서 목격했던 장면이 응용됐다.

“몇 년 전 클럽에 갔는데 술 취한 한 남자가 마음에 드는 여자를 구석에 몰아넣고, 엉덩이로 마구 들이대더라고요(웃음). 당시 모습이 웃겨서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카라의 노래를 들으니 그 춤이 어울릴 것 같더라고요.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보는 각도에 따라 야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귀여운 카라 멤버들이 추니까 깜찍한 매력이 돋보이더라고요.”

브아걸, 카라의 히트춤을 만든 것을 계기로 안무 섭외가 줄을 잇고 있다. 현재 복귀를 앞둔 아이비, 새 멤버로 교체된 여성 3인조 씨야, 솔로 여전사 렉시 등의 안무를 만드느라 밤낮을 새도 모자를 지경이다.

열약한 댄서들의 실정

이들이 안무팀 단장으로 활동하면서 괴로울 때는 노력하지 않고 결과를 얻길 바라는 가수를 만났을 때다.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스타가 되길 바라는 안일한 자세를 봤을 때 정말 기운이 빠진단다.

“대부분의 스타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기를 얻게 되면 노력을 게을리 하더라고요. 회사에서 적극적으로 미는 소위 ‘스타 가수’가 있잖아요. 이 친구들은 ‘그룹에서 내 위치가 있는데 다른 멤버들에 비해 안무가 적으면 말이 되냐’라든지 ‘나는 뭘 해도 예쁘게 나올거야’ 생각하면서 연습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들이 알아서 만들어주길 바라는 거죠. 하지만 춤이라는 것은 본인의 노력 없이는 절대 얻을 수 없는 겁니다.”

무엇보다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것은 열악한 환경과 싸우고 있는 댄서들의 삶이란다. IMF 이후로 물가가 대폭 상승했지만 댄서들은 ‘단돈 100원’도 오르긴커녕 줄어들었다. IMF가 터지기 전에는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출연료로 10만 원을 받았는데 이마저도 적어졌다. 댄서들이 하루 12시간 정도 일해서 얻어가는 수입은 5만 원 정도다. 하지만 이 돈도 고스란히 받기 어렵다. 3.3% 원천 징수와 각종 비용을 떼고 나면 개인당 3만 원 정도 돌아간다. 하루도 쉬지 않고 방송 무대에 오른다고 해도 월수입은 100만원을 넘기기 힘들다.

“댄서라는 직업도 겉보기에 화려한 삶을 사는 연예인과 비슷해요. 속사정이야 어떻든지 간에 화려하게 보이도록 치장해야 하죠.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는 댄서들에게는 의뢰도 잘 안 들어와요. 옷이며 화장품, 액세서리까지 요즘 유행하는 것들로 두루 챙겨야 하죠. 각종 비용이 많이 드는데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적으니 답답합니다. 우리는 그나마 단장이라서 생활이 어렵지 않거든요. 돈 때문에 힘들어하다가 춤을 관두는 후배를 볼 때 가장 속상합니다.”



“딴따라보다 아티스트로 인정해주셨으면….”

후배들의 열악한 생활에 가슴이 미어져 자신들은 별 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노라고 말했지만 안무가의 생활도 녹록치 않았다. 안무가는 한 노래에 대해 안무비로 평균 300만 원 정도를 받는다. 하지만 안무가 히트하더라도 런닝 개런티가 없다. 게다가 춤에 대한 저작권료도 없어서 추후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은 적은 수입 못지않게 안무가나 댄서를 ‘딴따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외국에서는 안무가나 댄서를 아티스트로 인정해주는데 우리나라는 평가 절하된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안무가는 돈 주면 춤 만들어주는 사람’의 개념이 아닌 ‘가수를 만들어내는 제작자’의 개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터니, 밤이 깊었다. “이제 들어가셔야죠.” 마지막 인사를 건넸더니 “피곤하지만 낼 무대에 서는 거 다시 맞춰보려고요.”

다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의 채찍질이 가장 무서운 사람들. 끊임없는 자기 노력과 아이디어 개발로 가수를 빛내는 그들이기에 넘치는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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