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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있는데…” 아직은 먼 당신, 탈북자 “나 간첩 아니라니까”

임세정 기자입력 : 2010.11.17 17:35:01 | 수정 : 2010.11.17 17:35:01


[쿠키 사회] 지난 8월 말 서울 관악경찰서로 간첩 신고가 들어왔다. “음식점인데 간첩이 있는 것 같으니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이 출동해보니 그 ‘간첩’은 음식점에서 일하는 북한이탈주민(탈북자) 출신 종업원이었다. 신고한 50대 남성은 “북한 말투를 쓰고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안하고 눈빛이 불안해 보여 간첩으로 의심했다”고 말했다.

국내 입국 탈북자 인구가 2만명을 돌파했지만 탈북자는 여전히 멀기만 한 존재다. 탈북자를 간첩으로 오인해 신고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경찰은 감시를 늦추지 않아 탈북자가 생활하는 지역에는 긴장감마저 흐른다.

◇“고쳐지지 않는 북한 말투 때문에 억울할 때 많아”=2006년 탈북해 서울 양천구에 사는 한 남성은 “말투 때문에 북한에서 온 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면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며 “통일되기 전에는 남한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북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많다”고 토로했다. 시민 고형민(26)씨는 “탈북자의 정착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범죄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의심의 눈으로 쳐다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탈북자에 대한 경계를 풀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탈북자는 생활과 사고방식이 다른 데다 대부분 험난한 탈북 과정을 거친 탓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남한의 물정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탈북자끼리만 이야기하다보니 보험사기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신변보호 기간이 지나도 경찰은 여전히 ‘긴장’=지난해 중국을 통해 탈북한 김선영(가명?25?여)씨는 탈북자 정착 지원을 위해 마련된 하나원에서 3개월간 교육 받은 후 음식점에서 일하며 생활했다. 하지만 경찰은 1년에 대여섯 차례 중국으로 가 한 달 이상 체류하기를 반복하는 김씨를 수상히 여기고 예의주시했다. 탈북자를 위장한 간첩이나 범죄자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김씨는 단지 중국에 두고 온 조선족 남편과 딸을 만나러 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내 탈북자는 경찰이 가·나·다 등급으로 나눠 관리한다.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와 같이 북한에서 고위직에 있었거나 탈북 후 대북 활동이 활발한 사람은 가·나 등급으로 국정원에서 신변을 감시한다. 탈북자 대부분은 다 등급이다. 이들은 하나원 교육을 마친 후 6개월간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는다. 경찰 보안과 관계자는 “탈북자는 6개월은 조용히 지내다가 신변보호 기간이 끝나면 해외 출국이 빈번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능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하고 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기관과 시민들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전문가들은 탈북자의 적응을 돕는 동시에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기관의 노력과 시민의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탈북자에게는 북한에서 지내던 생활방식이 여전히 남아있고 법이나 상식에 대한 개념도 달라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의심하고 경계하는 눈빛 때문에 탈북자 스스로 위축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박현선 교수는 “탈북자 위장 범죄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이 존재하는 만큼 국가도 다각적으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며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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