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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은 원격수업…교육부-학부모 사이에 낀 교사들 ‘한숨’

한 달 넘은 원격수업…교육부-학부모 사이에 낀 교사들 ‘한숨’

정진용 기자입력 : 2020.05.19 05:29:00 | 수정 : 2020.05.20 15:24:29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원격수업이 길어지며 일선 교사들이 업무 과중과 교권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의 ‘선결정 후통보’식 결정도 피로도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오는 20일부터 서울의 고등학교 3학년은 매일 등교를 원칙으로 하고, 1~2학년은 학년별 또는 학급별 격주로 등교한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4일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 확산에도 고3 등교 수업 연기를 더이상 검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초중고교 원격수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달 9일부터 시작됐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강의로 혼란을 겪었던 교육 현장은 한 달째에 접어들면서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그러나 교사들은 여전히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나름의 고충들을 겪고 있다.

아침에 출석하지 않거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일도 그 중 하나다.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어봐도 선생님의 전화는 무시되기 일쑤다.

인천 한 중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 김모씨는 “과제를 안 하는 학생들이 몇몇 있는데 해당 과목 선생님이 아닌 담임선생님이 학생에게 연락한다”면서 “’수학 선생님한테서 과제가 미제출 됐다는 연락이 왔다’고 학생에게 전달하려 해도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까지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어 난감하다”고 했다.

경기도 오산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과제를 안한 학생이 연락을 받지 않아서 학생 아버님께 전화를 드렸다. 학생 아버님으로부터 ‘아이와 괜히 싸우기 싫다. 선생님이 알아서 하시라’는 대답을 듣고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수업 준비뿐 아니라 행정 업무로 인한 부담도 크다. 지난 15일 6개 교원단체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재난상황인데 평시와 같은 교육과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며 수많은 정책들이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실패했다”고 쓴소리했다.  

사진=박태현 기자

교사들 사이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교장, 교감 등 관리자와 학부모가 개입하면서 교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지난 12일 발표한 교권인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6.8%가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응답했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전국 유초중고특수교사 25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교권침해를 당한 사례 가운데 학부모 개입으로 인한 교육활동 침해가 61.76%(21명)로 가장 높았다. 관리자 개입으로 인한 교육활동 침해 32.35%, 기타 2.94%, 욕설이나 폭언 2.94%가 뒤를 이었다. 

엄민용 교사노조 대변인은 “학교 교장·교감 등 관리자와 학부모가 온라인 수업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면서 “학부모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 ‘선생님 실력 없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오가고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엄 대변인은 "관리자가 쌍방향 소통 수업 방식만 교사들에게 강요하거나, 학생들과 교사가 모인 학급 개념의 ‘구글 클래스룸’에 관리자가 자기도 들어가겠다면서 일일이 수업 진행을 들여다보고 관여하는 일들은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면서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코로나19에 대한 교육부 대응에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교사의 81.9%는 교육부가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앞서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 일정이나 주요 정책을 교사들에게 공문으로 배포하기 전 언론과 교육부 SNS를 통해 먼저 발표하고 있다는 비판이 교원 단체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다. 

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전략기획실장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학교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조가 아닌, 교육부와 교육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교육을 학교 교육 현장이 실행해 온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와 같은 비합리적이고 비교육적인 구조를 이 기회에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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