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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업계 ‘하도급 갑질’ 끝날 수 있을까

조선업계 ‘하도급 갑질’ 끝날 수 있을까

신민경 기자입력 : 2020.02.19 04:30:00 | 수정 : 2020.02.18 23:34:05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살만해지겠지”라고 기대했다. ‘울며 겨자먹기’식의 ‘대금 후려치기’에서 벗어났다고, 조선업계에도 봄날이 왔다고. “208억원 과징금, 검찰 고발에 혼쭐 좀 났겠지”라고 속 시원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바람과 달랐다. 조선업계 하청업체들은 원청에게 대금을 받지 못해 거리에 나섰고, 구제를 부르짖고 있다. 이들은 공정위 규제가 조선업계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절망한 상태다.

하청업계는 공정위 과징금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익길 ‘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 위원장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의 15개 하청업체가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총 1038억원에 이른다. 3년 동안 민사가 진행된 사건만 포함한 금액이다. 공정위가 한국조선해양에 부과한 금액과 비교하면 약 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원청이 공정위 규제를 비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정위 제재는 아직 말뿐인 상태다. 의결서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제재는 의결서를 전달받은 날로부터 법적 효력을 갖는다. 통상 45일 이내에 의결서를 발표하는데, 이번 조선업계 상황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 기간을 연장했다는 것이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대금을 받지 못한 하청업체 속만 타들어 간다.

일각에서는 느슨한 법망이 기업윤리를 비상식적으로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무법인 ‘공존’ 권태준 변호사는 “한국조선해양은 공정위 조사에 대비해 직원 PC를 교체하는 등 조사를 방해했다”며 “당시 PC 교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선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얼마나 억울한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조사를 방해한 원청 관계자들은 1억원 수준 벌금만 받았을 뿐”이라며 “이러한 산업 환경 속에서 누가 중소기업을 운영하겠느냐. 일자리는 또 어떻게 늘어날 수 있겠느냐. 자부심 갖고 경제활동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13일부터 거리에 나섰어요. 설연휴에는 가족 얼굴도 못봤죠.” 하청업체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일방적인 개탄은 아니다. ▲계약서 기재 내용은 대금 지급의 근거가 사후적으로 검증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작성돼야 할 것 ▲대금 지급의 근거가 사후적으로 검증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계약서를 작성할 것 ▲조사방해 및 자료 미제출에 대해 형사 처벌을 포함한 엄격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 등 이들은 정부 대신 해결책을 강구하기에 나섰다. 서너달 남은 봄날. 따뜻한 봄바람은 조선업계에도 들 수 있을까. 제대로 업계를 규제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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