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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종영①] 더없이 뜨거웠던 2020시즌 ‘스토브리그’의 특별함

더없이 뜨거웠던 2020시즌 ‘스토브리그’의 특별함

이준범 기자입력 : 2020.02.15 07:00:00 | 수정 : 2020.02.14 23:25:03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팬들의 눈물마저 마른 꼴찌 팀에 새로 부임한 단장이 남다른 시즌을 준비하는 뜨거운 겨울 이야기’

이 짧은 설명으로 SBS ‘스토브리그’가 어떤 드라마인지 추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국내에서 스포츠 드라마는 지금껏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성공을 거두는 배우 남궁민의 존재를 제외하면, 당시 KBS2 ‘동백꽃 필 무렵’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대중들이 ‘스토브리그’에 기대감을 가질 이유는 찾기 힘들었다. 2019년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보여준 드림즈의 모습처럼, ‘스토브리그’의 결과는 정해져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해 12월13일 방송된 ‘스토브리그’ 1회의 시청률은 5.5%(닐슨코리아 기준)였다.

상황은 빠르게 반전됐다. 첫 방송 직후부터 ‘스토브리그’는 짧은 드라마 소개로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재미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어딘가 있을 법한 야구 구단과 선수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는 동시에 백승수 단장이라는 판타지적 영웅을 집어넣어 꼴찌팀의 반란, 그 시작을 그렸다. 조금씩 바뀌어가는 야구팀 드림즈의 변화를 지켜보며 다음 시즌의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재미는 가슴을 뛰게 했다. 재미있는 작품을 찾던 드라마 팬들과 야구 비시즌 공백을 메울 대안을 찾던 야구 팬들이 순식간에 모여 들었다. 시청률은 5주 만에 17.0%(10회)까지 급상승했다.

‘스토브리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드림즈가 체질 개선을 시도한 항목만큼 다양했다. 스포츠의 세계를 야구 구단을 중심으로 하는 오피스 드라마로 들여다 본 접근 방법부터 생생하게 살아 있는 다수의 캐릭터들, 그것을 아우르는 남궁민이 연기한 백승수 단장의 존재감 등 기존 스포츠 드라마가 성취하지 못한 것들을 이뤄냈다. 국내 야구 실정에 맞는 에피소드들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일어났거나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들이 진지하게 다뤄졌고, 야구를 통계학적·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세이버매트릭스를 소재로 넣은 것도 과감했다. ‘잘 만든 드라마’로 평가 받을 수밖에 없는 요소가 여러모로 많았다.

‘스토브리그’는 단순히 시청자들의 지지와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드라마가 될 생각이 없었다. 가파른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리던 ‘스토브리그’는 10회를 기점으로 주춤했다. 9회는 백승수 단장이 팀을 떠나는 이야기가, 10회는 다시 돌아온 백 단장이 강두기(하도권)를 비롯한 선수협회와 대립하는 이야기가 그려진 회차다. 히어로인지 빌런인지 구분할 수 없는 냉정하고 독한 백승수 단장이 드림즈에 부임해 문제점을 하나씩 수술해나가는 초반 서사는 어느 순간 사라졌다. 대신 사측을 대변하는 권력의 상징인 권경민 상무(오정세)와 백승수의 대립이 전면에 부각했다. 스포츠 드라마의 외피를 벗고 본격적인 오피스 드라마가 되면서 드림즈가 꼴찌를 거듭한 진짜 이유, 이신화 작가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드러났다.

‘스토브리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던 시청자들은 홀린 듯이 TV 앞에 앉았다.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전적이거나 자극적인 강수를 쏟아 붓는 드라마의 길을 걷지 않았다. 심한 욕을 얻어먹더라도 끝까지 충성하고 지켜보는 팬들에게 묵묵히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60분 분량의 3부 쪼개기 편성이란 무리수도, 두 번의 결방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끌려 다니지보다 끌고 갈 생각을 하는 과감한 승부수. 새로운 이야기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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