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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이후의 K팝 인베이전

이은호 기자입력 : 2020.01.02 07:00:00 | 수정 : 2020.01.01 22:42:16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 12월31일 오후 11시4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야외무대. 그룹 방탄소년단이 계단에 앉아 ‘메이크 잇 라잇’(Make It Right)을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미국 ABC 방송 신년 특집 라이브 쇼 ‘딕 클라크스 뉴 이어스 로킹 이브 위드 라이언 시크레스트 2020’(Dick Clark's New Year‘s Rockin’ Eve with Ryan Seacrest)의 풍경이다. 방탄소년단은 이 행사에서 가수 포스트 말론, 샘 헌트, 앨리니스 모리셋,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재기드 리틀 필’(Jagged Little Pill) 등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은 이미 오래 전 하위문화를 벗어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미국 빌보드가 지난해 연말 결산한 ‘톱 아티스트’ 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15위에 올랐다. 듀오 그룹 부문에서는 2위였다. ‘톱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엔 두 장의 음반(‘페르소나’ ‘앤서’)을 올려놨고,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투어 시리즈는 연말 박스스코어 차트인 ‘톱 40 투어’에서 3위를 차지했다. 

사진=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제공

미국 홀린 K팝 “궁극의 토탈 패키지

방탄소년단의 활약은 K팝 아티스트의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진다. 이미 아시아 전역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던 그룹 엑소를 비롯해 NCT 127, 블랙핑크,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빌보드200에 진입했다. 샤이니·엑소·NCT·웨이브이의 인기 멤버로 꾸려져 ‘K팝 어벤저스’로 불린 그룹 슈퍼엠은 미국 데뷔 열흘 만에 빌보드200 정상을 차지했다. K팝 아티스트들이 미국의 유명 방송에 출연하거나 미국과 유럽 등을 순회하며 공연을 여는 일은 점점 잦아진다. 이런 세계적인 관심은 ‘대형 기획사 출신 보이그룹’을 넘어 중소 기획사의 걸그룹에게도 향한다. 이달의 소녀가 국내 걸그룹 최초로 미국 아이튠즈의 싱글·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직 미약한 움직임이긴 하지만 다양한 K팝의 조명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홀동하며 ‘BTS: 더 리뷰’(BTS: The Review) 등을 펴낸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K팝이 갖는 가장 중요한 차별점은 서구에서 유래한 보이밴드·걸그룹이라는 포맷을 가장 정교하게 발전시켜 궁극의 토탈 패키지로 진화시킨 점”이라고 말했다. “K팝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가사와 편곡에서 모두 수준 높은 음악, 빼어난 가창력과 랩 실력을 모두 겸하고 있다”며 “이 부문은 사실상 K팝이 독점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학계에선 K팝의 이런 특성을 ‘혼종성’(hybridity)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한 문화의 제국주의적 면모를 극복하고,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연결·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또한 “기존 서구 팝 음악에서는 찾기 힘든 팬들과의 강한 유대관계”도 K팝의 글로벌 인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단순히 뮤지션으로서가 아니라, 만화나 영화 속 캐릭터처럼 강한 개성을 가진 스타들의 존재감이 뉴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함으로써 음악을 듣고 스타에 환호하는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K팝 팬덤은 ‘스밍 총공’ ‘투표 총공’ 등을 벌여 아티스트의 활동을 지원하고, K팝 아티스트들은 각종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한편, 거대한 세계관을 담은 콘텐츠들로 팬덤의 적극적인 소비를 끌어내고 있다.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몬스타엑스·(여자)아이들, 현지 음반사 손잡고 미국 데뷔 준비 

그간 공연과 방송 프로모션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려온 K팝 아티스트들을 이제 현지 에이전트와 손잡고 정식 데뷔에 힘을 쏟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이전시(CAA)와 계약하고 슈퍼엠을 미국에서 데뷔시켰다. 미국 유명 방송사 주관의 연말 공연 ‘징글볼 투어’에 2년 연속 참여하는 등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그룹 몬스타엑스는 작년 미국 음반사 에픽 레코드와 레코드계약을 맺고 올해 2월 전곡이 영어로 된 음반을 낸다. (여자)아이들도 미국 E2PR과 손잡고 현지 진출을 준비 중이다. (여자)아이들은 멤버들의 개성을 두루 강조하는 리더 소연의 탁월한 프로듀싱 능력을 바탕으로 ‘라타타’(LATATA) ‘어-오’(Uh-Oh) ‘라이언’(Lion) 등을 히트시켰다. 두 팀 모두 멤버들이 중심이 돼 음반을 만든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높이 인정받았다.

김 평론가는 “셀프 프로듀싱 그룹들은 특히 미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장르적으로 힙합이 바탕인 점은 물론, 미국 시장이 전통적으로 아티스트의 음악적 진정성에 대해 엄격한 편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에서다. 실제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몬스타엑스, 갓세븐, 스트레이 키즈 등 직접 곡을 쓰는 ‘셀프 프로듀싱’ 아티스트들이 청년으로서의 자신을 음악에 담아내 팬덤과의 동일시를 유도하기도 한다. 김 평론가는 “셀프 프로듀싱이 가능한 그룹들이 북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것도 K팝이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편견을 일정 부분 깨고 있기 때문”이라며 “프로페셔널리즘이라는 면에 있어서 음악적으로 불리한 면도 있지만 그룹의 개성을 만들고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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