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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의대생 성추행 사건…막을 방법 없나

가해자 처벌이나 피해자 보호 매뉴얼 제대로 작동 안해

노상우 기자입력 : 2020.01.01 02:00:00 | 수정 : 2019.12.31 22:19:55

사진=연합뉴스

의과대학생 단톡방 성희롱 사건이 또 발생했다. 

최근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희대 의대 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는 단체 대화방에 가입된 학생 1명의 양심 제보로 지난 9월부터 해당 사건을 조사해 사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학생 A·B·C씨는 8명이 있는 대화방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이들이 일상적인 자리에서도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성적인 발언을 일삼고, 개인 SNS 계정에 올린 사진을 허락 없이 갈무리해 이모티콘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했다고 대응위는 밝혔다. 

대응위 측은 지난달 29일 가해 학생 3명에 대해 공개 사과문 작성, 동아리 회원 자격정지, 학사운영위원회 및 교학 간담회에 해당 안건 상정 등을 포함해 징계를 의결했다. 또 가해 학생들과 같은 학번으로 해당 동아리에 소속된 남학생 전체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러한 의대생의 성폭력 사건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고려대 의대에서 집단 성추행 사건도 발생했다. 가해 학생들은 징역 2년 6개월, 1년 6개월 등을 선고받아 출교 처분됐다. 하지만 이들 중 2명이 실형 선고받은 뒤 다른 의대에 재입학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7년 인하대 의대 남학생 21명도 술자리에서 같은 과 여학생을 언급하며 성희롱한 사실이 확인돼 징계를 받았다. 이들 중 일부가 무기정학 등 학교 측의 징계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징계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해 가톨릭관동대 의대생들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동기 여학생을 성희롱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이러한 문제는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위계적인 성적 줄 세우기 입시구조에서 나온다”며 “의대생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에서 이러한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한국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정 사무처장은 “상대에 대한 배려, 젠더 의식, 다양성에 대한 존중, 약자에 대한 보호는 초·중·고에서 배웠어야 한다”며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다. 의대는 환자를 치료하는 특수한 기술을 보유한 직업인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곳이다.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적대로 의대에 입학하는 것, 정시가 더 공정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많다. 하지만 의대생이 윤리적이지 않고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해 사건이 발생하면 그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윤리 문제는 입시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는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은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의대 입시에 윤리적·철학적 문제에 대해 면접 등을 입시과정에 추가하자고 주장하면 부정적인 국민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게 정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또 “중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식으로 놀았을 텐데 교육이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며 “한국사회에 제어할 수단이 없다. 공교육이 기본적인 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가르치지 않는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만 양산하고자 한다. 윤리적 교육을 받지 못하는 이러한 교육환경에서는 의사 외에도 판사, 검사, 변호사 등도 마찬가지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하다. 지난 2019년 1월 열린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체계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토론회에 참여한 김서영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부회장은 “의대생 개개인의 인권은 공적인 가치가 있어 의료계 공동체가 개입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며 “이에 침묵하는 것은 공동체가 묵인하는 것과 같다. 인권에 나중은 없다”며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또 신고율이 적은 이유에 대해서 진로에 불이익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피해자의 두려움도 있지만, 대학이나 병원의 대처가 미흡한 것이 큰 문제로 지적됐다.

인권의학연구소가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 1763명을 대상으로 의대생 인권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진행한 결과, 여학생의 37.4%가 ‘성희롱’을, 72.8%가 ‘성차별적 발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학 또는 병원에 신고했다는 학생은 3.7%에 불과했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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