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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누구를 위한 ‘공익 제보’인가

누구를 위한 ‘공익 제보’인가

신민경 기자입력 : 2019.05.31 06:15:00 | 수정 : 2019.05.30 17:24:39

사진=연합뉴스

‘국민의 알 권리 위한 폭로’vs‘국가기밀 유출한 범죄’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 유출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5월 하순 방일 직후 한국에 들러 달라. 일본을 방문한 뒤에 잠깐이라도’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 내용을 유출한 외교부 직원은 주미 한국대사관 소속 K 공사 참사관인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K 참사관은 강효상 자유한국당(한국당) 의원의 고교 후배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당은 강 의원의 행동이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표창원 원내부대표는 같은날 국회 의안과에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행위”라며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대하게 실추시켰기에 엄중한 징계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 통화한 내용은 국가 3급 비밀(외교상 기밀)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113조는 외교상의 기밀을 누설한 사람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설할 목적으로 외교상 기밀을 탐지·수집한 자도 같은 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강 의원과 그에게 정보를 제공한 K 참사관을 형사고발 한 상태입니다. 

강 의원의 태도는 당당합니다. 그는 29일 열린 한국당 의원 총회에서 “정부와 여당의 탄압에 앞으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며 “정상 통화 내용을 공개한 이유는 ‘한국 패싱’ 현상을 국민께 보여드리고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강 의원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한국당은 강 의원을 엄호하려 노력하지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한국당 소속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번 외교기밀 누설 사태를 대한민국 국회 외통위원장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민감한 시기에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강 의원의 행위가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 준 공익제보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에게 방한 요청을 하는 것이 왜 굴욕 외교인지에 대해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한미 소통 체계가 어그러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양국이 합의한 뒤 기밀에 부치기로 한 사항이 한국 측의 실수로 깨졌기 때문입니다.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한미 공조가 절실한 때에 신뢰를 잃어 향후 외교에도 경고등이 켜진 상태입니다.

강 의원이 주장하는 ‘알 권리’의 수혜자인 국민은 정작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합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전날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5명을 대상으로 ‘강 의원의 한미 정상 통화 공표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응답자 대다수가 ‘국익을 침해할 수 있는 불법적 기밀 유출이다’(48.%)라고 판단했습니다. 강 의원의 폭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의아할 따름입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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