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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기자의 트루라이프] 탄광마을 초등학교의 특별한 ‘스승의 날’

곽경근 기자입력 : 2019.05.15 04:00:00 | 수정 : 2019.05.15 12:26:03

태백시 철암초등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만학의 할머니들이 스승의 날 하루 전인 14일, 서툰 솜씨지만 정성껏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하트 표시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70~80대 만학 할머니들의 첫 번째 스승의 날-

-서툰 솜씨와 어설픈 글씨체지만 정성 가득한 카네이션-

-산골 작은 학교, 제자 할머니와 젊은 선생님의 웃음 꽃 가득-

-할머니들, 평생소원인 책가방 메고 등교 꿈 이뤄-

한글 깨우쳐 주는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

글공부 시켜주는 것 만해도 고마운데 직접 커피도 타주시고 연필도 깎아주시면서 꼼꼼히 가르쳐 주시니 정말 고맙죠.”

손주들이 책을 읽어 달라고 해도 그동안은 눈이 침침해서 잘 안 보인다며 얼버무렸어요. 얼른 한글공부를 마쳐서 손주들 무릎에 앉혀놓고 책 읽어주는게 꿈이에요.”

이제는 은행 일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 차림표 보고 원하는 것 시킬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책가방 메고 학교 가는게 그렇게 부러웠는데 이제 그 소망 이뤄 너무 행복해요.”

한 글자 한 글자 눈에 들어오는게 너무 신기해요! 정식으로 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하고 싶어요.”

14일 오전 강원도 태백시 동태백로 철암초등학교(교장 심영택)에서 한글 수업을 마친 할머니에게 글을 배우는 소감을 묻자 단풍마을학교 더불어 한글교실반’ 할머니들은 저마다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할머니들은 한글 수업이 끝난 후 어설픈 솜씨지만 자신들이 정성껏 만든 카네이션을 이두혁 담임선생님과 박혜진 부담임 선생님께 달아드리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제자 할머니들은 스승에게 점심이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하자 열심히 공부하셔서 빨리 글을 깨우치시면 점심 열끼 사주시는 것보다 더 배가 부를 것 같다.”고 이두혁 선생님은 환하게 웃었다.


-선생님 저 글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지난 36일 오후, 피내골에 사는 장춘연(70) 할머니가 마을활동가와 함께 철암초등학교 교무실을 찾았다.

제가 글을 몰라 너무 답답한데 저에게 글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장기성 교육기획부장 선생님과 상담하는 할머니의 표정은 간절했다. 지역에 교육적 요구가 있으면 적극 수용한다는 학교 측의 방침에 따라 할머니에게 배움의 기회는 제공 되었다. 학교에서 할머니에게 글공부를 시켜준다는 소문이 나자 글 배우기에 망설였던 할머니들의 신청이 불과 열흘 사이에 10명이 넘어섰다. 학교 측은 회의를 걸쳐 정식으로 41더불어 한글반을 개강했다.

강원도 산골에서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렵기도 했지만 시대적 분위기도 한몫했다. 장춘연 할머니는 여자가 공부를 많이 하면 바람난다. 살림 잘 하다가 시집가면 된다.”며 아버지가 학교를 보내주지 않아 학교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결혼 후에는 자식 양육과 먹고 살기 바빠 더욱 더 공부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내며 공부에 한이 맺힌 할머니들은 자식들만큼은 대부분 대학공부까지 시켰다. 이제는 자식들도 모두 장성해 품안을 떠났고 늦었지만 공부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할머니들 못지않게 자녀들도 늦깎이 학생이 된 어머니와 할머니를 적극 응원한다. 며느리는 예쁜 책가방을 사주고 손주들은 공책, 필통, 연필, 책받침을 사서 할머니 가방에 넣어 드렸다.

더불어 한글반 담임인 이두혁 선생님은 한글자라도 더 배우기 위해 할머니들 눈이 반짝반짝 하세요.”라며 너무 열의가 높으셔서 정말 잘 가르쳐드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힘도 들지만 정말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반장인 홍종옥(75) 할머니는 학교 가는 날이 제일 기다려지고 신이 난다. 열심히 공부해서 중학교도 진학하고 싶다.”면서 꿈을 밝혔다.

현재 9명이 할머니들이 일주일에 두 번 등교해서 한글 공부를 하고 있지만 한글반에 입학하고 싶어 하는 할머니들도 늘고 있어 학교는 대책을 마련 중이다.

심 교장은 우리 학교는 지난 해 59, 지역의 공공기관, 사회단체, 주민 등이 모두 참여하는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하는 철암온마을학교를 개교해 운영 중이라며 철암온마을학교는 지역사회와 학교의 교류를 통해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의 정주의식을 고취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할머니들의 한글 교육도 온마을학교 운영의 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교육 욕구가 강한 할머니들을 위해 한글 교육 외에 미술, 음악과 승마 등 특별활동도 틈틈이 진행하고 있다. 입학 100일이 되는 7월에는 떡과 간단한 선물을 준비해 파티도 열 계획이다.


태백시 동태백로(철암동)에 위치한 철암초등학교는 전국 석탄생산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번창 할 시기에는 학생 수가 무려 2천여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 후 여기저기 폐광이 늘어나면서 마을도 쇠락의 길을 걸었으나 최근 들어 여름 최고의 휴양지 중 하나인 태백고원 자연휴양림, 철암단풍군락지 조성 등 꾸준한 도시환경정비를 통해 폐광도시 이미지를 탈바꿈하고 있다. 현재는 학생 수 42명, 교원 12명의 아담한 학교로 변해있다.

태백=·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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