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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히든프라이스·팬티300원…원더브라·위메프의 '실검팔이'

원더브라·위메프 '실검팔이'…기름 붓는 언론사들

한전진 기자입력 : 2019.04.11 04:02:01 | 수정 : 2019.04.10 20:24:41

"N사 실검 1위하면 브라팬티 2종 세트 9900원"

보기만 해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이 문구는 어제(9일) 진행된 여성 속옷 브랜드 ‘원더브라’의 할인 이벤트 광고에서 나왔다. N사 포털의 실시간 검색창엔 순식간에 ‘원더브라 할인특가’, ‘원더브라 파격할인’ 등의 검색어가 등장했다. 도 넘은 ‘실검 마케팅’에 이젠 사람들도 피로감이 든 탓일까. 이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환영’보다 ‘짜증’을 호소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뭐 새삼스러운 일이랴. 우리는 ‘실검시대’에 살고 있는걸. 최근 마케팅 업계에서는 ‘실검’ 모르면 ‘바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주로 50%‧70%‧90% 할인 등의 숫자놀음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슈퍼반값쿠폰', '더싼데이' ‘히든프라이스’ 등의 단어나 키워드를 밀기 시작한다. 

이후 구매 가능 시간과 제품 수량을 한정시켜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포털 검색을 유도한다. 앞선 ‘원더브라’처럼 노골적으로 검색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실검’은 최고의 홍보 수단이다. 특히 신생 업체일수록 더하다. 투자 비용 대비 단기간에 인지도를 올릴 수 있다. 실제 물품 구입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는 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사람들은 물건 구매에 실패해도 머릿속에 해당 브랜드는 남기기 마련이다. 살 마음이 없던 사람도 검색어는 으레 한번쯤 눌러본다. 

소수의 미끼 상품으로 대중을 달아오르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 티몬 등이 주로 이런 전략을 즐겨 쓰고 있다. 

여론의 돋보기로 시작한 실검이 변질되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렵다. 문제는 실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은 실검에 식고 뜨거워지길 반복한다. 이 힘은 가히 파괴적이다. 바르게 사용될 수도, 잘 못 쓰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조작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실검팔이를 두고 ‘안사면 그만 아닌가’라는 사고에서 멈춰 선 안 되는 이유다. 사실 이들을 부추기고 띄워주는데 일조한 것은 포털에 종속된 지금의 언론사들이다. 기자로서 참담하고 부끄럽다. 

검색어에 오르면 ‘기사’가 따라온다. 이는 '조중동' 등 매체력을 가리지 않는다. 평소 온갖 고상한 척을 떨던 언론사들도 이때만큼은 예외다. 언론사들은 ‘실검’을 토대로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다. 검색어 순위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언론사들이 달라붙는다. 소비자는 값싼 상품을 좇고, 업체는 이윤을 창출하고, 언론사는 트레픽(조회수)를 높인다. 

이 끔찍한 사이클이 계속 유지되는 원인이다. 이는 비단 업체들의 마케팅의 수단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정치적 사회적으로도 암암리에 이용된다. 

여성 속옷까지 ‘실검팔이’에 이용되는 현실에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나. 대중의 눈과 귀가 점점 멀고 있는 건 아닌지. 실검은 과연 여론의 돋보기가 맞는 걸까. 실검은 앞으로 막강한 자본력과 정치력을 가진 세력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공산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검팔이는 더욱더 교묘해지고 대중의 분노와 관음증을 삼키며 사회를 좀먹는 괴물이 될지 모른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실검팔이는 ‘9900원 브라팬티세트’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포털과 언론사,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 이를 공론화하고 '실검'의 역할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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