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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집 많으면 범죄자?…투기개념에 대한 합의 먼저 이뤄져야

집 많으면 범죄자?…투기개념에 대한 합의 먼저 이뤄져야

안세진 기자입력 : 2019.03.27 04:00:00 | 수정 : 2019.03.26 20:13:47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다’

투기와 투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사는 곳은 투기로, 사는 곳은 투자로 볼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논란이 되는 바는 최 후보자의 부동산 재산을 투자로 볼 것이냐 투기로 볼 것이냐다. 

야당을 포함해 투기로 보는 진영의 사람들은 최 후보자를 투기꾼이라고 비판했다. 집을 여러 채 구매한 다주택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분당에 살면서 잠실에 전세를 낀 주택을 추가 보유했고, 세종시에도 분양권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장관 내정 사실이 발표된 시점에 분당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거기에 월세로 들어가 살았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그를 투기꾼으로 몰고 가는 것에 대해선 다소 비약이 있다. 학계 및 업계 등 각자의 위치에서 투기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집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투기라고 볼 수 없다. 실제로 그는 분당 집은 20여년, 잠실 집은 16년 장기 보유했다는 점에서 투기를 정의하는 수많은 기준 중 하나인 ‘시세차익을 노리고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았다.

단기적인 시세차익 등을 노리고 불법적인 방식으로 토지 및 주택을 사고파는 행위는 투기이겠지만, 단순히 집을 제테크의 수단으로 삼고 사고파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한 거래행위다. 집을 여러 채 소유한 사람이 투기꾼이라면 2017년 기준 주택소유 가구(1100만가구) 중 주택 2채 이상을 소유한 301만1000가구(27.4%)가 전부 범법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한 국가 중요 부처의 수장이 될 사람이 부동산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은 찝찝하다. 더욱이 출범 당시부터 다주택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줄곧 주장해왔던 문재인 정부이지 않은가. 수십억짜리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과연 집 한 채 없는 서민들의 서러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이와 관련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이는 다주택자를 투기꾼이라고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는 투기꾼과 다주택자를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다주택자와 투기꾼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선다면, 청문회에서는 투기여부에 따른 공방이 아닌 보다 건강한 질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그가 투기꾼이 아닌 다주택자라면 서민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올바르게 펴 나갈 수 있을지를 검증하는 질의가 이뤄질 것이고, 투기꾼이라면 청문회를 떠나서 당연히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따르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다주택자와의 전쟁이 아닌 투기꾼과의 전쟁을 하고 있음을 자각했으면 싶다. 다주택자와 투기꾼에 대한 개념이 명확히 설 때 그에 따른 시장 안정 대응 정책도 각각 다르게 이뤄질 수 있다. 또 인사청문회라는 다양한 관점에서 장관의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는 자리에서 단순히 투기여부만을 따지는 질의가 아닌 보다 건강한 질의가 이뤄지고, 나아가 제대로된 국토교통부 장관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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