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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못 낳는다”…출산율 0.98 단상

출산율 0.98 단상

한전진 기자입력 : 2019.03.26 04:00:00 | 수정 : 2019.03.26 19:18:10

세상사 가장 속 편한 일은 남의 일이더라. 남의 상처보다 제 손톱 밑 가시가 더 아프다고 했다. 이젠 흔한 개구리 이야기. 물이 끓어 제 살갗에 닿기 전까진 그저 남의 일이다. 인구 문제를 대하는 현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합계출산율 0명대. 체제가 붕괴될 당시 소련, 동독을 제외하면 공식 기록상 한국이 유일하다. 지금까지 이런 나라는 없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출생아 수는 인구 학자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만명 이하로 감소하고, 2022년 이전에 20만명대가 된다. 감소된 인구는 그만큼 줄어든 인구를 초래한다. 아무도 가본적 없는 길이다. 

저출산은 ‘축복’이라는 말은 허상이다. 완만한 감소가 아니라 ‘뚝’ 떨어지는 절벽임을 알아야 한다. 또 한국의 저출산은 곧 고령화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산업 전반이 활력을 잃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막대한 사회 복지 비용에 시달려야 한다.   

20년 내로 산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업계는 인구 급감으로 총 파이가 줄어 소비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노동력 감소로 인한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식업, 교육업, 유통업, 서비스업 등 전반에 침체가 나타난다. 산업계 종사자들은 한목소리로 10년 뒤가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런 한국을 ‘집단자살 사회’에 비유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현 사회는 여전히 시한폭탄을 돌리는데 열중하는 중이다. 저출산의 주원인인 경제·사회적 불균형 개선을 외면한 채, 줄곧 “낳으라”만 외쳤다. 그간의 정권들은 실적과 표심을  의식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들만 쏟아냈다. 지난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무려 126조원을 쏟아부었다. 저출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도 적지 않았다. 

엄청난 예산을 쓰고 난 후 한 말이 가관이다. ‘재정을 투입해 해결될 일이 아니더라.’ 

사실 고령의 현 정부 관료들에겐 인구문제는 남의 일이다. 문제의 당사자는 현 젊은 세대들이다. 당장 들고일어나 ‘세대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제‧사회적 불균형 타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여도 모자라지만, 이들 역시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아직까지도 미온적이다. 

당장의 취업·생계 등 제 '손 밑 가시'에 시달려 짱돌을 쥘 힘도 잃었다. 기존의 사회구조에 지쳐, 혼자서 소박하게 인생을 즐기다 말겠다는 현실 ‘순응자’ 들도 늘고 있다. 소위 ‘욜로’, '소확행'으로 포장됐다. 하지만 지금의 풍요와 젊음이 그때도 존재할까. 이대로라면 N포세대는 30년 후, 물질적 정신적으로도 궁핍해진다. 아무리 눈이 멀었어도 미래를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다.

물이 끓고 있는데 언제까지 ‘남의 일’처럼 외면만 할 것인가. 젊은 세대는 자신의 미래를 찾기 위한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한다. “헬조선에 아이 안 낳겠다”라는 제3자식 조소는 결국 부메랑이 될 뿐이다. 응당 누려야 할 미래의 권리를 찾아와야 한다. 정부 역시 사회정책과 문화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기틀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현실에 순응해 흘러가는 식이라면 사람이 줄어도 헬조선은 헬조선이다. 짱돌을 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남 일이 아니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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