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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술한 타워크레인 안전관리, 노동자들은 두렵다

허술한 타워크레인 안전관리, 노동자들은 두렵다

임중권 기자입력 : 2019.03.21 04:00:00 | 수정 : 2019.03.21 11:48:40

“크레인이 거꾸러지던지, 거기에 딸린 자재 하나라도 머리 위로 떨어지면 단번에 죽는 거야. 사고로 뉴스에 나오는 양반들이 조심을 안 해서 그런 꼴을 당하겠냐고. 당장 먹고 살 걱정에 나왔다가 재수 없이 가는 거지. 젊은 사람이니 이런 곳은 앞으로 절대 오지 마.”

학생 때 인력사무소에서 용돈 벌이를 할 때마다 40~50대 삼촌뻘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에서 당부하던 이야기다. 별걱정이라고 되물으면서 그런 사고가 한국에서 일어나겠나 싶었다. 게다가 당장 손에 들어오는 10만원 가까운 돈에 끌려 자주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래서였을까. 지날 1월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으로 옮기던 자재가 노동자 2명을 덮쳐 사망했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불현듯 운이 좋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운이 좋았던 20대 청년과 달리 수많은 노동자는 지금도 타워크레인 안전사고에 휘말려 다치거나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7년 국감 당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2017년까지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26건 중 앞서 설명한 건과 흡사한 상승·설치·해체 작업 중 사망자만 무려 33명에 달한다.

이들의 죽음은 현장에서 자조 섞인 말로 운으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현 정부와 전임 정부의 보여주기식 대책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2017년 11월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정부 합동 안전대책’으로 노후크레인 연식 제한, 등록 크레인 전수검사 및 등록관리 강화 등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방안들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먼저 20년 이상 노후크레인 연식을 제한했다지만 무용지물이라는 평이 많다. 외국에서 20년간 사용하다 수입한 장비도 주소지도 불분명한 인증기관이 만들어준 몇 가지 서류만 있으면 국내 건설기계 등록이 가능한 상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건설기계 등록 업무를 각 시·군·구 공무원이 담당하는데, 일선 공무원들이 기계제원표 등을 검증할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개조 무인타워크레인이 늘고 있음에도 대책이 없는 점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최근 타워크레인 수입국가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산 제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장비들은 국내에 유인 타워크레인으로 수입‧등록됐지만 불법 개조를 거쳐 무인 타워크레인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정부가 불법 개조 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다고 했지만, 건설 현장에서는 불법 개조한 무인타워가 버젓이 운행되고있다는 이야기도 새어 나온다. 올해 사고가 발생한 크레인에서도 다수의 설비결함이 드러났다.

이런 상황은 시가지 주변 상가·업무 빌딩을 짓는 도중에 불법 개조 타워크레인에 ‘문제’가 생긴다면 노동자들은 물론이며 공사장 주변의 시민들 안위까지 우려되는 상태다.

결국 정부의 대책이 신통찮은 모양새다. 현 정부가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물론 2017년 출범한 현 정권에 과거 개발시대부터 켜켜이 쌓여온 산업계의 인명 경시 문화를 단번에 쇄신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타워크레인 예방 노력으로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자화자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는 관련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 대통령이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의 호언장담(豪言壯談)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국민의 힘으로 출발한 정부가 후진국형 사고로 멍들고 있다. 안타까운 인명이 한국이라는 ‘선진국’에 어울리지 않는 사건으로 스러지지 않도록 정부가 제대로 된 답을 내놓고 실행해야 할 때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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