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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듀프리, 입국장 면세점이 위험하다

입국장 면세점이 위험하다

한전진 기자입력 : 2019.03.19 05:00:00 | 수정 : 2019.03.18 17:41:58

어렵게 추진된 입국장 면세점이 외국 대기업에게 넘어갈 위험해 처했다. 국내 중소기업 지원과 내수 활성화라는 당초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결과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벌써부터 ‘죽 쒀서 개 준 꼴’이라는 격한 말부터, 입국장 면세점을 아예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촌극도 이런 촌극이 있을까.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마감한 입국장 면세점 입찰에 세계 1위 면세기업 듀프리가 국내 합작사 튜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이하 듀프리코리아)를 통해 참가했다. 스위스 기업인 듀프리는 전 세계에 2200여개 점포를 운영하며 연간 9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다. 듀프리코리아는 이 듀프리와 국내 업체 토마스줄리앤컴퍼니의 합작법인이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중소‧중견으로 한정한 동네 싸움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지분구조를 자격 조건에 맞게 조정하면 된다. 

현재 듀프리코리아는 듀프리 45%, 토마스줄리앤컴퍼니 55%의 지분 구조를 갖고 있다. 현행법상 이들은 중소 중견업체로 분류돼 입찰 참여에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지분구조는 2017년 이들이 급히 조정한 수치임을 알아야한다. 듀프리코리아는 2013년 설립 당시만 해도 듀프리 70%, 토마스쥴리앤컴퍼니 30%의 지분 구조를 띠고 있었다. 

2017년,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관세청은 지난 2013년 김해공항 면세점에 듀프리코리아가 낙찰을 받자 이듬해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자산총액 1조원 이상인 법인이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100분의 30이상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최다출자자인 기업은 중소·중견기업으로서의 지위를 누리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듀프리는 2017년, 기존 70%였던 지분을 45%로 낮춰 최다출자자를 탈피했다. 교묘히 규정을 빠져나갔던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중소‧중견으로 한정했던 김해공항 면세점 운영에 재선정됐다. 관세청의 안일한 대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이런 촌극이 또다시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입찰에도 듀프리의 낙찰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듀프리를 등에 업은 듀프리코리아가 브랜드 유치 능력, 구매력 등에서 아무래도 타 경쟁업체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기타 대다수의 중소‧중견면세업체는 지난해 실적 악화를 겪을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국회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16일 “만약 중소기업 제한 입찰에 글로벌 대기업이 낙찰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세계에 웃음거리가 될 뿐 아니라 정부의 대표적 무능 행정, 바보 행정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는 것은 관계 공무원의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유착까지도 의심해 봐야하는 상황”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사실 입국장 면세점은 도입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적잖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를 강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하고 외국인들의 국내 신규 소비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라며 ”신규 사업권자의 혜택은 중견-중소기업들에게 돌아가도록 해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입국장 면세점이 첫 삽도 뜨기 전에 삐걱거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듀프리와 관세청의 술래잡기를 또 봐야 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인천국제공사와 관세청은 입국장 면세정의 도입 취지를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어렵사리 추진한 입국장 면세점이 적어도 ‘죽 쒀서 남 줬다’라는 비판은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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