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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겐 죄송, 피해자엔 안 죄송?…‘정준영 몰카’ 사과에 빠진 것

대중에겐 죄송, 피해자엔 안 죄송?…‘정준영 몰카’ 사과에 빠진 것

이은호 기자입력 : 2019.03.14 12:25:50 | 수정 : 2019.03.14 14:22:29

사진=쿠키뉴스DB, FNC엔터테인먼트

“이제껏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에 보답하지 못하고 이런 일로 저를 믿고 있는 멤버들과 팬분들의 신뢰를 저버리게 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그룹 하이라이트 멤버 용준형이 가수 정준영에게서 불법 동영상을 전달받아 본 뒤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소속사 어라운드어스는 “(불법 동영상 공유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그로 인한 그룹의 이미지 실추 및 2차 피해를 막고자 용준형이 2019년 3월14일 자로 그룹 하이라이트를 탈퇴한다”고 이날 밝혔다.

용준형은 자신의 행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했다. ‘부적절한 언행’과 같은 단어로 잘못을 ‘퉁’치던 연예인들의 과거 사과문보다는 낫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의 사과문과 소속사의 입장문은 여전히 비겁하다. 불법 촬영물 ‘피해자’를 향한 사과가 빠져서다. 불법 촬영물 공유와 부적절한 대화로 유린된 그 피해자들 말이다. 

낯선 풍경은 아니다. 심지어 성관계 동영상을 직접 촬영하고 유포한 정준영마저 피해자에겐 사과하지 않았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나가 조사를 받은 그는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했을 뿐,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지난 13일 새벽 발표한 사과문에서 “무엇보다 이 사건이 드러나면서 흉측한 진실을 맞이하게 되신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분들과, 실망감과 경악을 금치 못한 사태에 분노를 느끼실 모든 분께 무릎 꿇어 사죄드린다”고 언급한 게 전부다.

사진=연합뉴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도 그랬다.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 접대를 시도한 의혹과 지인에게 성관계 영상을 공유 받은 의혹을 받는 그는 지난 11일 은퇴 소식을 알리면서도 피해 여성에겐 사과하지 않았다. 빅뱅과 YG엔터테인먼트(YG)의 명예를 운운하는 구절에선, 그가 사과하는 대상이 빅뱅과 YG인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든다.

가장 나쁜 건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 측이 내놓은 입장이다. 최종훈은 일명 ‘승리·정준영 카톡방’의 한 사람으로 지목된 상태다. 불법 촬영물을 공유 받고, 이를 오락거리로 여기는 듯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2일 “현재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해당 연예인들과 친분이 있어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을 뿐,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FNC엔터테인먼트가 말하는 ‘이번 사건’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FNC엔터테인먼트는 최종훈이 성접대 등 의혹과 특별한 관련이 없다고만 했을 뿐이다. 최종훈이 불법 동영상을 공유 받고, 이 영상의 촬영에 방관 내지는 동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최종훈 측은 이후 불거진 3년 전 음주운전 무마 논란에는 사과했으면서도, 불법 동영상과 관련해선 입을 다물었다.

정준영의 몰카 공유에 연루된 연예인들이 사과문에서 피해자를 지워내는 동안, 모바일 메신저와 온라인에선 피해 여성을 향한 2차 가해가 넘쳐난다. ‘정준영 동영상’과 피해 여성을 수소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증권가 정보지를 통해 관련 없는 여성 연예인의 실명이 언급됐다. 여성변호사회는 14일 낸 성명에서 “정준영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만이 아니라 해당 영상을 재유포한 자들과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유포하는 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즉시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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