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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택시를 위한 나라

택시를 위한 나라

이승희 기자입력 : 2019.03.09 01:00:00 | 수정 : 2019.03.08 19:05:28

업계를 죽인다며 손가락질받아온 서비스들이 택시와 만나면 ‘혁신’이 된다. 우버는 안 되지만 우버형 택시는 되고, 24시간 카풀은 용납할 수 없지만 합승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아닌가.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출범 45일째인 7일 오후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출퇴근 시간은 오전 7~9시, 오후 6~8시 등으로 규정됐다.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카풀 영업이 불가능하다. 합의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합의 내용까지 수긍할만한지는 의견이 갈린다. 기존의 내용을 답습했을 뿐이라는 쓴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카풀 업계는 출퇴근 시간이 4시간으로 규정된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승객들의 수요가 가장 몰리는 때는 자정이 넘은 심야 시간이다. 택시들의 승차 거부가 심한 시간대이기도 하다. 실제로 카풀의 장점으로 택시가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 목적지가 같은 사람과 교통비를 분담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히곤 했다. 출퇴근 시간을 한정 짓는 바람에 되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규제만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반면 ‘택시기사 월급제’가 도입되면서 기사들의 처우는 개선될 전망이다. 기존 택시업계는 ‘사납금 제도’ 하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사납금은 택시기사가 하루 수입 중 12만∼13만원을 회사에 입금하고 나머지를 가지는 업계 관행이다. 월급제가 시행되면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운행하거나 손님을 고를 필요가 없다. 택시업계도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대타협기구에 따르면 택시업계는 향후 ‘우버형 택시’를 운영할 계획이다. 우버형 택시는 택시와 관련된 모든 규제를 풀고 요금과 운행 등에 자율성을 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다. 여성 전용, 공항 운송, 반려견 운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회사가 배차를 결정하므로 승차 거부를 줄일 수 있다는 게 대타협기구의 설명이다. 국내 택시업계의 반발로 출시 초기 한국에서 철수해야 했던 서비스가 우버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택시의 합승 여부 역시 추이를 지켜보게 됐다. 택시·카풀 TF위원장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택시 합승은 원칙적으로 금지가 됐다”면서도 “만약 국민들이 동의하고 업계에서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 (업계와 시민들의 합의 하에) 합승을 함께하는 제도적인 모델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카풀 업계는 합의안과 규제 중 하나를 받아들여야 했다. 답은 정해져있었고, 합의는 한쪽의 양보로 도출됐다. 진정한 의미의 타협이라 볼 수 없는 이유다. 일방적인 양보로 이뤄진 협의가 모두를 설득시키지 못한 건 당연한 결과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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