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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몸짱 될 수 있어’… 도사리는 스테로이드의 유혹

문대찬 기자입력 : 2019.03.01 05:00:00 | 수정 : 2019.03.05 08:41:51


사진 당사자들은 기사와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유튜브 헬스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선 ‘약투’가 뜨거운 감자다. 

약투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발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를 빗대어 만들어진 용어로, 보디빌더나 트레이너가 약물 복용 사실을 고백하는 행위를 말한다.

‘박승현 TV'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박승현(29)씨는 지난달 24일 공개한 영상에서 지금 자신의 몸이 약물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약물을 5년째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없다. 약물 사용은 신체와 정신을 파괴한다. 여러분은 이런 슬픔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고백했다. 

‘로이더(약물 사용자)’와 ‘내추럴(비 약물사용자)’ 논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보디빌딩계지만 자신이 직접 약물 사용을 고백한 보디빌더는 여태껏 없었다. 

박 씨의 용기에 힘을 얻어 약물 사용 사실을 고백하는 빌더들도 하나둘씩 나타났다. 

보디빌더 경력 13년차인 김동현(29)씨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김 씨는 “나 같은 부작용을 겪는 분들이 더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효과는 알면서 부작용을 모르고 약물을 사용하는 분들이 많다. 한 번 쓰면 중독성이 심해 끊기 힘들다. 경각심을 드리고 싶다”며 약투 운동에 동참한 이유를 설명했다.

#약물은 빌더들의 필수품?

김 씨는 약물을 빼놓고 보디빌딩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한다.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나는 보디빌딩을 한편으론 공평한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일등부터 꼴등까지 모두 약물을 사용한 상태에서 노력 여하에 따라 몸을 만들어 경쟁한다”며 “내추럴 대회도 그렇다. 나도 나가본 적 있다. 일정 기간 약을 끊으면 도핑 방식에 따라 넘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약물 문제는 보디빌딩계에서 집중적으로 불거진다. 지난 22일 바른미래당 이동섭 의원실이 한국도핑방지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각 스포츠 도핑검사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핑 적발 10건 중 7건 이상이 보디빌딩 종목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전체 전문체육 종목 도핑적발 건수는 157건이었고 이 중 73.2%에 달하는 115건이 보디빌딩 종목에서 적발됐다.

헬스장 트레이너 조 모(35)씨는 “2~3년에 걸쳐 만들 몸을 약을 사용하면 6개월 만에도 가능하다. 효과가 확실하니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간단한 검색만으로 스테로이드 해외 구매 사이트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약물 권하는 트레이너들… SNS 통한 약물 구매도 성행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등 근육 강화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불임, 유방이 커지는 여유증, 고환 위축이 발생할 수 있고 여성은 음핵이 커지고 수염이 지나치게 많이 자라날 수 있다. 심장마비, 간암, 여드름,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 심근경색, 관상동맥질환 등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커진다. 

현행법상 스테로이드를 처방전 없이 살 수 없고, 일반인에게 판매 자체가 금지된 이유다.

빌더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거대한 근육을 위해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물을 복용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얘기가 다르다. 효과는 알고 있지만 부작용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한 판매자와 메신저를 통해 거래를 시도했다.

문제는 일반인들의 무지를 이용해 보디빌더나 트레이너들이 약물을 권하거나 판매하는 것이다. 

4년간 약물을 사용했다는 이나현(29)씨는 지난달 31일 박승현 TV에 출연해 “이건 다 하는 거다.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다”며 자신을 가르치던 트레이너에게 약물 사용을 권유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트레이너가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고지를 하지 않았다. 얼굴이 달처럼 둥글어지고 남자처럼 변해 우울증을 앓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대해 김 씨는 회원들에게 약물을 파는 트레이너들이 주변에 많다”며 “'나를 봐라, 약을 써도 멀쩡하지 않냐'며 회원들을 안심시킨 뒤 이윤을 남겨 판매한다. 과장해서 3만원이면 구하는 걸 150만원에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헬스장이 불법 약물 유통의 온상지가 된 셈이다. 

마음만 먹으면 개인이 약물을 직접 구매하는 일도 어렵지 않다. 

포털사이트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만 검색해도 약물을 구입할 수 있는 해외 사이트가 나온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판매자와 접촉해 은밀하게 약물을 사 들이는 것도 가능하다.

연락이 닿은 한 판매자는 기자에게 디볼(디아나볼), 아나바(아나볼릭), 놀바(놀바덱스)를 8주간 복용해 보라고 권유했다. 거래는 택배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최근에는 국내 유명 오픈마켓을 통해 유사 스테로이드제가 버젓이 판매되기도 했다. 

약물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쉽다. 

유명 포털사이트의 웨이트 트레이닝 관련 카페에선 회원들이 스테로이드 업자, 약물 사용 후기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단순히 운동 관련 지식을 얻으려 가입한 유저들도 쉽게 약물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구조다. 이 카페는 약투 논란이 불거지자 최근에야 약물에 대한 언급을 금지시켰다. 

한편 김 씨는 신고를 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인터넷 상에서 가짜 약물을 판매하는 브로커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금해도 물건이 안 오는 경우가 있다. 벽돌을 보내는 사람도 있다. 가품이 오기도 하고, 알약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보내는 업자들도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법에 허점… 법 개정 시급해

문제는 스테로이드의 무분별한 유통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스테로이드는 앰플 형태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세관 X-ray를 통해 판별되지만 품명 등을 교묘히 속인 것까지 완벽히 차단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실제로 2014년 2월 전·현직 보디빌더 4명과 헬스트레이너 7명은 해외브로커에게 물고기 사료와 오일병으로 위장된 스테로이드 알약과 주사제를 국내로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불법 약물 구매를 부추기는 현행범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약사법 제44조에 따르면 일반인의 전문의약품 판매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매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최근에야 국회에서 이러한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기존에 전문의약품을 자격 없이 판매한 사람만 처벌하던 조항에 더해 구매자에게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안이다.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 측은 “단백동화 스테로이드제 등 소위 ‘몸짱 약품류’가 최근 온, 오프라인 상에서 널리 판매되고 있다”며 “이것들이 심리적 의존성이 매우 강하고 부작용 또한 심각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구매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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