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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녹지국제병원, 기자 보자 “할 말 없다”며 급히 자리 떠

[김양균의 현장보고] 제주도 “도민 건강 위해 사안 해결할 것”

김양균 기자입력 : 2019.02.28 01:00:00 | 수정 : 2019.02.27 23:53:09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국내 1호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의 운영 주체인 중국 녹지그룹 측은 제주도특별자치도에 다음달 4일로 예정된 개설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기한 내 개원이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언론 보도 등으로 나왔지만, 기자가 만난 제주도 관계자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을 흐렸다. 병원은 제주도와 내국인 진료 허가를 요구하며 소송 중이다. 47병상 규모밖에 안 되는 병원 하나가 우리나라 의료계에 던진 파문은 증폭되고 있다. 

26일 제주공항 활주로는 새벽부터 내린 비로 젖어있었다. 녹지국제병원이 위치한 서귀포까지는 한 시간여가 걸렸다. 빗방울은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졌다.  

카지노와 리조트, 병원까지 들어서려던 서귀포 헬스타운은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인적이 드물었다. 어렵사리 만난 현지 주민은 “사드의 여파”라고 했다. 현재 헬스타운에는 주로 중국인이 산다. 도시 운용률은 50% 정도다.  

녹지국제병원의 주요 출입구는 전부 잠겨 있었다. 자물쇠로도 모자라 벤치를 덧댔다. 문 사이는 모래주머니로 막혀 있었다. 창문도 가림막으로 내부를 완전히 가린 상태였다. 이날 오후 보건의료노조가 건물을 에워싸고 항의 집회를 진행했지만, 병원 관계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후 다시 찾은 병원에서 소속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을 포착했다. 병원 오른쪽 눈에 띄지 않는 출구 앞에 서 있던 그에게 다가가 직원인지를 물었다. 직원은 “왜 그러느냐”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자임을 밝히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하자, 그는 “할 말이 없다”며 “언론과 만날 병원 사람은 없다”고 손을 내저었다.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느냐고 요청했지만, 그는 입을 다물고는 대답하지 않았다. 인터뷰랄 것도 없는 짧은 만남은 그렇게 끝났다. 주차장에는 여러 대의 승용차가 세워져 있었다. 그 말고도 여러 직원들이 병원 내부에 있었다. 대답하지 않는 사내 뒤로 유리문이 보였다. 반쯤 열린 텅비실 청소머신이 아무렇게나 세워져 있었다. 

다시 한 시간여를 달려 제주도청으로 향했다. 제주 토박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택시기사 정성남씨(가명·52)는 “서귀포에 병원이 부족하다”면서 큰 병원이 들어서면 주민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했다. 이를 알려주자, 그는 서귀포 거주민들이 한 시간 떨어진 제주시 병원을 찾아간다며, 지인이 구급차로 이송 중에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의 말만 빌자면, 서귀포는 의료의 구멍이었다.  

전날 제주도 공보실은 보건복지여성국 보건건강위생과 담당자가 기자와 만나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앞서 만나기로 한 약속을 불과 하루 만에 뒤집은 이유가 궁금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는 중국 녹지그룹은 제주도에 공문을 보냈다. 3월 4일 개원 시한을 연장해달라는 요구였다. 

제주도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토론회에 과 담당자들이 참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리를 뜨려는 실무자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가까스로 다른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그 관계자는 “도민의 건강을 위해” 심사숙고 중이며 “원희룡 지사와 이 문제를 상의하고 있다”고 했다. 다음달 4일 모든 입장을 밝히겠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 “서귀포는 의료의 구멍”이라는 택시운전사의 말과 “도민을 위해 영리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의 말이 떠올랐다. ‘도민의 건강’을 위해 제주도는 어떤 선택을 할까? 국내 1호 영리병원 처리를 손에 쥔 제주도의 결정에 눈과 귀가 쏠려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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