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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원짜리 겸자만 있었어도 살릴 목숨인데"

여전히 탁상에서만 정해지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행정혁신 요구되는 소방청

오준엽 기자입력 : 2019.02.25 06:40:00 | 수정 : 2019.02.25 11:12:24

2017년 7월,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2살 된 여아가 기도폐쇄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장난감 포도알을 삼킨 아이는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했지만 사건발생 1시간여가 지나 이미 뇌사에 빠진 상태였고, 이물제거 후 회복되는 듯했으나 결국 숨졌다. 

일련의 사건을 두고 당시 언론 등은 소아응급장비가 없다며 환자를 받지 않았던 인근 종합병원의 태도를 비난했다. 하지만 최근 故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망사고와 함께 촉발된 응급의료체계개편의 목소리와 함께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손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다시 조명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만약 이물 제거 등 초기응급조치만 잘 이뤄졌다면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119가 고가의 휴대용 초음파와 같은 장비를 구비할 것이 아니라 2~3만원이면 살 수 있는 포셉(겸자)만 갖췄다면 해결됐을 사안”이라고 안타까움과 함께 소방청의 행정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소방청에 따르면 119 응급환자 구조지침에 따라 기도폐쇄가 발생할 경우 응급구조사는 폐를 압박해 기도에 막힌 이물질을 밀어내는 ‘하임리히법’을 기본으로 하고, 이물이 제거되지 않아 호흡이 막혔을 경우 심장압박(CPR)을 지속하며 빠르게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방청 119구급과 관계자는 “지침에서 나잘겸자를 이용해 이물을 제거하라는 말은 없다. 구급차에도 나잘겸자는 구비하지 않고 있다”며 “구급대원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물이 눈에 보일 경우 미주신경(목젖)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손가락으로 제거할 수는 있다고 언급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손가락보다 길고 정확해 겸자를 이용해 빼낼 수는 있겠지만, 미주신경 주위로 호흡중추신경계가 자리해 굉장한 주의가 필요하다. 확실히 꺼내지 못하겠으면 시도하지 말라고 말한다”면서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확대에 대한 논의에서도 언급이 됐지만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빠졌다. 추후 응급의학회 등 전문가평가를 통해 논의돼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휴대용 초음파 기기 시연장면 <사진=독자제공>

문제는 지난해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초음파 급여화 과정에서 벌어진 의사와 초음파사(소노그래퍼) 간의 직역갈등까지 야기했던 초음파 기기는 소방청이 구급대원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35종의 전문구급장비 중 9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의 구매실적이 전무해 문제시되기도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안상수 의원(자유한국당)은 지난해 11월 26일, 소방청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전문구급장비 구매에 595억원을 사용했지만, 255억원 어치에 해당하는 장비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 폐기처분만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당 2000만원대의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의 경우 총 130대를 구매했지만 사용실적이 미미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방청은 지난해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를 37대 추가보급하는 등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구급대원은 간호사나 응급구조사로 기본적인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보수교육 등을 통해 필요한 지식도 습득한다”고 말했다. 

초음파와 관련해서도 “판독을 하면 불법이지만, 현재 구급대원이 초음파 동영상을 찍어 카메라로 의사에게 전송해 환자가 도착하기 전 의료진이 응급처치 방법을 정하는 등 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만 한다”며 “장비구비 또한 선택장비로 구급대 환경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초음파는 굉장히 민감하고 어려운 장비다. 찍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영상이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며 “휴대용 초음파와 같은 고가의 장비를 사서 방치하기보다 경각에 달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필요한 처치법이나 장비를 습득하고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윤한덕 센터장의 사망과 함께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 확대나 응급의료체계 개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지금 한 사람의 응급환자라도 더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와 소방청이 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소방청과 보건복지부, 응급의학회, 응급구조학과 교수협의회 등이 참여한 ‘구급대원 업무범위확대 공동추진위원회’에서 시범사업형태로 논의되고 있는 내용으로는 ▲탯줄의 결착 및 절단 ▲알레르기 쇼크에 대응할 수 있는 에피펜 주사 ▲심장문제에 쓰이는 에피네피린 주사 ▲진통효과가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IV팩 정맥투여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위원회에서는 ▲심전도를 파악해 의료지도를 요청할 수 있도록 12유도 심전도 사용과 ▲호기말 이산화탄소 측정 등도 구급대원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들 행위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및 평가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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