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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버닝썬 '매출' 감시한 르메르디앙, '일탈' 몰랐다?

르메르디앙, 버닝썬 일탈 몰랐나

한전진 기자입력 : 2019.02.22 05:00:00 | 수정 : 2019.02.21 20:29:02

“임대만 준 관계다. 성범죄·마약 정황, 알 수 없었다.”

르메르디앙 호텔 측 관계자를 만나 클럽 버닝썬 유착 의혹에 대해 물었을 때 받은 답변이다. 사실 납득하기 어려웠다. 임대만 준 사이라기엔 호텔과 클럽의 관계는 둘의 거리만큼이나 가까워 보였다. 호텔 측의 해명을 들었지만 앞서 여러 보도로 밝혀진 정황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세간에서 유착 의혹이 계속 불거지는 이유는 역시 이성현 전 르메르디앙 호텔 등기이사가 버닝썬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호텔 측은 적극 해명했다. ‘버닝썬의 매출 감시 차원에서 이성현 전 이사를 버닝썬 대표로 두었던 것’이라고.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의구심은 오히려 더 커졌다. 

해명에 비춰보면, 사실상 르메르디앙이 버닝썬의 수혜를 받아온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동안 르메르디앙은 버닝썬의 수익 일부를 임대료로 받아왔다. 클럽의 수익이 높아지면 자연스레 호텔 매출도 늘어났던 것이다. 단순 임대관계 이상의,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공동체가 아니었나는 것이다. 르메르디앙은 버닝썬의 매출이 아닌, 일탈을 감시해야 하지 않았을까. 

버닝썬의 마약과 성범죄를 묵인한듯한 정황도 나왔지만, 호텔 측의 해명은 영 명쾌하지 않았다. ‘고객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하는 호텔인 만큼, 이를 알지도, 알 수도 없었다.’라는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수긍이 간다. 클럽 고객이 호텔 로비 화장실에서 몰래 마약을 하는지 안하는지 무슨 수로 알겠나. 여성이 ‘술’에 취해 업혀 들어가는지. ‘물뽕’에 취해 업혀 들어가는지 어떻게 구별하겠는가. 게다가 여성이 스스로 구해 달라는 의사표시도 할 수 없으니 호텔의 난감함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버닝썬에서 가드로 일했던 직원이 ‘호텔 로비 장애인 화장실이 마약 투여 장소로 자주 쓰였고, 망도 봐줬다.’라고 털어놨고, 자신을 버닝썬의 VIP라고 밝힌 고객도 ‘물뽕을 하던 VIP들이 여성을 강압적으로 호텔 위로 끌고 올라가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고 했다. 결정적으로 호텔 직원도 ‘마약 정황을 알고 있었고, 이는 호텔 직원도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라는 내부 폭로를 한 현 시점서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둘러 철거된 버닝썬, 간판이 다 지워지지 않은 채 흔적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호텔 측은 앞선 폭로에 대해 ‘관련 루머가 돌았을 수 있고,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앞선 사건 관계자들의 발언을 단순한 ‘루머’로 치부하기는 그 말의 무게가 상당히 커 보인다. 물론 호텔 측의 주장처럼 경찰 수사로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이번 사건으로 호텔 측이 내부 고발자를 수색해 불이익을 주진 않을지 두렵다. 

아울러 ‘임대만 줬다.’ 식의 회피성 해명은 5성 호텔치곤 너무나 무책임하다. 보통 특급 호텔들은 클럽을 두지 않는다. 호텔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데다, 여러 리스크가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르메르디앙은 그동안 버닝썬의 ‘매출’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탈’을 감시했어야 한다. ‘임대만 줬으니 책임이 없다.’라는 식의 항변은 강남의 모텔이나 할 법한 말이다. 

만일 로비 화장실이 마약 투여 장소로 쓰였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르메르디앙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를 알고 있었다면 ‘범죄의 묵인’이 되고, 몰랐다면 ‘관리의 구멍’이 된다. 둘 중 어느 경우도 호텔 업계의 초유의 일이 된다. 5성 호텔이 아무리 많아졌다 해도, '다섯 별'의 무게와 가치는 여전히 신뢰를 약속한 엄중한 사회적 표식이기 때문이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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