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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건의료 정책결정에 ‘의사패싱’이 계속된다

보건의료 정책결정에 ‘의사패싱’이 계속된다

오준엽 기자입력 : 2018.12.06 00:00:00 | 수정 : 2018.12.05 20:16:29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지난 3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제1차 전국동시 일제휴진의 시기를 생각 중”이라는 글을 남겼다. 전국의 의료기관 문을 24시간 닫는 일종의 ‘총파업’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 그리고 그 배경에 정부의 ‘의사 패싱(passing)’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일방, 강행, 합의 훼손, 전문가 배제, 법치 파괴 등 배신적 행태, 신뢰 회복을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최대집 식으로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말 그대로 정부가 각종 의료현안에서 일방적으로 사안을 강행하고, 신뢰와 절차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으며 일련의 행동이 이어질 경우 조속한 시일 내에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정말 그랬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의사협회의 입장에서 최 회장이 ‘패싱’이라고 느낄만한 여지는 충분했다. 그리고 최 회장만의 생각도 아니다. 협회 집행부가 아닌 외부의 보건의료계 인사들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 보건의료 정책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자리에 정작 서비스공급자인 의사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건강보험에 관한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대표적인 조직으로 의사대표, 병원대표, 시민·소비자·환자대표, 정부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의사대표를 위한 자리는 7개월째 비어있다. 의사협회가 지난 5월 30일, 건정심 논의구조가 정부 쪽으로 편향돼있다며 탈퇴를 선언한 후 참여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건정심 탈퇴와 함께 의료계 현안 논의의 ‘창구 일원화’를 요구하며 정부와 의료계 간 다양한 차원으로 이뤄지던 협의가 ‘의정실무협의체’라는 이름으로 단일화 됐지만, 협의체 회의가 1달에 1번 열리는데다 지난 10월 25일 이후로는 2달째 열리지 않고 있어 각종 보건의료 현안들이 협의체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결정되거나 시행되는 일들이 다수 벌어지고 있다.

한의계가 요구해온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대표적이다. 의사협회는 참관조차 하지 않으며 기자들을 통해 건정심에서 추나요법 급여화가 결정됐는지, 분위기는 어떤 지, 의사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주제로 논의했는지 따위를 묻기에 이르렀다. 이어 급여지급이 사실상 결정되자 집행부는 또 다시 거리로 뛰쳐나갔다.

이 뿐이 아니다. 정부의 핵심 보건의료정책으로 부상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돌봄)’ 서비스 논의에서도 사실상 배제됐다. 심지어 지난 8월 2일 공공의료를 전담할 의사를 배출하려는 목적으로 4년제 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논의하는 ‘국가‧특수 법인 대학설립 심의위원회’에서 의사협회는 의견서 배포조차 못하고 쫓겨났다. 이 외에도 ‘의사 패싱’ 정황들이 여럿 포착됐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들은 의사 패싱이란 언급이 있을 때면 “패싱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혹은 “시범사업을 통해 현장의 문제점과 의견을 듣고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최근에 만난 복지부 관계자 또한 의료계 배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건정심에는 언제든 참여할 수 있으며 의정협의도 날짜를 못 박지 않았을 뿐 지속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의사협회는 커뮤니티 케어와 같은 굵직한 정책현안은 물론이고 수술실 CCTV, 의료인 폭행 등 사회현안에 대한 대책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많은 부분에서 ‘패싱’이 현실이며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변곡점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총파업이 그 단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의사 패싱’이 있고 없고를 떠나 보건의료라는 큰 틀을 움직이는 정부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의료계,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국민이 ‘협력’하고 ‘소통’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구성원의 성숙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탁상공론’, ‘우격다짐’, ‘독단’과 ‘강행’이란 단어가 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보건의료는 두발 자전거에 흔히 비유된다. 2개의 바퀴는 정부와 의료계, 자전거에 올라탄 이들은 국민이다. 만약 보건의료라는 자전거를 움직이는 정부와 의료계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환자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도 나아갈 수 없고, 그 자리에 쓰러져 건강을, 생명을 위협받는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의 말을 빌면, 보건의료서비스는 국민을 위해 모든 보건의료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힘을 모아야하는 영역인 셈이다. 윤 의원은 “정부는 정치계에서 횡횡하는 거짓된 협치가 아닌 진정한 협치를 시도해야하고, 전문가들은 그들이 가진 전문가적 식견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그의 말처럼 두 손이 부딪쳐 소리가 나듯, 정부와 의료계가 손 벽이 마주친 것처럼 한 자리에서 소통할 때 환자가 건강을 되찾으며 환호하는 소리가 들릴 수 있을 것이다. ‘패싱’이란 단어가 들릴 때면 ‘대화는 기적’이라는 르우엘 L. 하우의 말이 떠오른다. 대화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말을 모두가 다시금 되새겼으면 한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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