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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형사처벌, 해법 없는 정부

복지부, “의사요구는 법 제·개정 사항, 국회에서 논의돼야”

오준엽 기자입력 : 2018.11.08 07:20:00 | 수정 : 2018.11.08 07:18:52

최선의 진료를 하고도 환자에게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의사를 구속시키고 징역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의료사고 피해자를 비롯한 환자들은 의사면허는 절대 깨지지 않는 불멸이냐며 정면으로 비난했다. 사태는 쌍방 간 헐뜯기에 소송전으로 번지려는 조짐조차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켜만 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8세 아동의 사망사고와 관련 오진을 내린 의사 3명을 업무상 과실로 금고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면서 부터다. 형사1심 재판부는 진료과정에서 고의는 없었지만 중대한 진단오류를 범했고, 그로 인해 구할 수 있었던 어린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금고형을 내렸다고 판단했다.

이에 의료계가 격분했다. 그간 진단은 의사의 고유영역이자 해당 주치의의 전문성이 집약된 결과물로, 주치의를 제외한 누구도 참견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겼던 의사들의 믿음이 해당 판결로 인해 깨졌기 때문이다. 일종의 성역을 침범 당했다는 반응이다.

최대집 의사협회장(우)와 방상혁 상근부회장(좌)가 법원의 판결에 항의의 뜻으로 삭발을 하고 있다.<사진=대한의사협회>

당장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성남지원 앞에서 삭발식을 단행하는가 하면 연일 법원의 판단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오는 11일에는 서울시청 앞 대한문 광장에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심지어 전국의사 총파업(휴진)도 염두에 두고 의료계 대표들과 논의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리고 일련의 움직임에 의학계도 동참하는 모습이다. 응급의학회 등은 회원 총동원령을 선포했고, 기타 학회들도 학술대회 일정 등을 조정하며 회원들의 궐기대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계 움직임에 반대해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의료사고 피해유가족 몇몇이 의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대책을 세우는데 적극 나서야할 의사협회가 적반하장 격으로 환자를 선별해 받고 과실에 대한 형사책임도 면제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의사면허를 ‘살인면허·특권면허’로 변질시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유가족들은 “우리나라 의료법 상 의료인의 의료행위는 절대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그에 비례해 책임도 막중하다. 그 책임이란 환자의 진료 받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의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막대한 권한이 주어진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법은 실수로 범죄를 저질러도 그 결과가 중대한 경우 예외적으로 처벌을 하고 있다.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는 업무상 행위는 가중처벌도 한다”며 “국민 중에서 의료인, 그 중에서도 유독 의사만 환자를 상해하거나 사망하게 한 경우에도 형사처벌을 면제해달라는 요구는 그에 합당한 명분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료사고 피해유가족들이 7일 있었던 의사협회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해 피해가족을 떠올리며 눈물 짓고 있다.

무엇보다 환자와 의료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실수로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료사고 현장에서 충분한 설명이나 애도의 표시,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적정한 피해보상도 거의 없거나 드문 것이 현실”이라며 입증조차 어려운 상황임에도 형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바람을 전했다.

이처럼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충돌이 과열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7일 예고된 환자단체연합 기자회견과 동시간대에 긴급회견을 여는가 하면 내용 또한 ‘의사면허는 살인면허’라는 표현은 명예훼손적 발언인 만큼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진정 환자를 대변하느냐, 각종 회의 등에 참여해 거수기 역할을 하고 돈을 챙긴다는 둥의 말도 남겼다. 

상황이 이 같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거나 중재를 자청하지는 않을 모양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진료거부권의 경우 의료법 개정사항이며, 형사처벌특례법은 제정법으로 둘 모두 국회에서 논의돼야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의 형사상 금고형 등의 판결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을 행정부에서 왈가왈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제도적인 보완이나 대책 또한 내놓을 수 있는 게 현 시점에서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의지만을 보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의사협회의 주장은 모두 법 제·개정 사항으로 국회에서 논의가 된다면 의견을 적극 개진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진료거부는 법적으로 못하도록 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의사의 형사처벌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이 판단한 것이기에 행정부가 의견을 내는 것이 적절하진 않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며 “(의사협회 요구는) 법에 특례가 있어야 하는 내용으로 역시 국회에서 논의가 된다면 의견을 낼 것”이라고만 했다.

형사처벌에 따라 의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방어진료가 확산하는 등 진료행태가 변하고 그로인해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국민의 입장에서 살펴보겠다”면서도 뚜렷한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다만, “어찌될지 예측이 어렵다. 법 제·개정 논의과정에서 의견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최근 의사협회를 향한 국민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궐기대회나 총파업이 이뤄질 경우 정부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도 “집회를 한다고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정협의나 문재인 케어 관련 협의 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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