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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주 68시간 근무? 드라마 촬영 현장, 정말 바뀌고 있을까

주 68시간 근무? 드라마 촬영 현장, 정말 바뀌고 있을까

인세현 기자입력 : 2018.09.03 06:00:00 | 수정 : 2018.10.04 09:56:20

드라마 촬영 현장의 근로 환경은 악명 높다. 이어지는 밤샘 촬영과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 시간 등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현장에서 관행처럼 묵인됐다. 스태프를 극한으로 내모는 작업량과 근로 환경이,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반되는 조건처럼 여겨진 것이다.

기본적인 근무 여건도 조성되지 않은 현장에서 사건도 속출했다. 지난해 12월 tvN 드라마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는 소도구 담당 직원이 3m 높이의 천장에 조명을 설치하다가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를 당했다. 해당 직원은 하반신 마비 증상을 보여 수술을 진행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측은 사고 원인으로 스태프들의 피로 누적과 열악한 작업 환경 등을 꼽았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일하던 故 이한빛 PD는 ‘혼술남녀’가 종영된 바로 다음 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 PD가 남긴 유서에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이런 것들이)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러한 사건 이후 드라마 제작 환경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 이상 주 100시간을 초과하는 살인적인 근로 강도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자성과 외부 비판이었다. 문제는 사람을 갈아 넣지 않으면 드라마 한 편을 만들 수 없는 제작 시스템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방송사에도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지난달 1일부터 직원 300명 이상 규모 방송사에 주당 최장 68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다. 방송업은 52시간 근무제 도입 예외 업종이기에, 내년 7월까지 유예기간을 얻은 셈이다.

 

■ ‘최장 주 68시간 근로’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을까

주 최장 68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현장에 실질적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드라마 외주 스태프 A씨는 고개를 저었다. A씨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는 비정규직 외주 스태프가 많아 근로자 개인이 근로 시간을 일일이 따지기 힘든 여건”이라며 “모든 것이 유동적인 현장의 특수성 때문에 실질적 근로 시간 측정이 쉽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A씨는 “말단으로 일하는 캐스팅 디렉터나 조연출은 교체도 되지 않고 일주일 내내 퇴근하지 못 하는 경우가 여전하다”며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후에도 정해진 근로 시간을 실질적으로 지켜가며 촬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현장에서 최장 68시간 근로 제한의 효과를 느끼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가장 최근 참여했던 인기 드라마 현장에서 집합 후 30시간 만에 집에 간 적도 있다”면서 “다른 콜이 있었던 스태프들은 연속 36시간을 촬영하고 집에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 A씨는 “제한된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원하는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작업 환경상 스태프들의 피로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정해진 근로 시간에 맞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촬영 장소 대여 시간에 맞춰 스태프들의 근로 시간이 정해지는 작업 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방송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에도 드라마 현장의 초과 근무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MBC 주말극 ‘숨바꼭질’의 한 스태프는 한빛센터 홈페이지 미디어신문고 게시판에 촬영일지 일부를 첨부해 “스태프들의 기본권 보장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7월 첫 촬영 이후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하루 평균 18시간 이상 촬영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며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처우 개선을 부탁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후에야 MBC 측은 주 68시간 근무 제한과 인원 충원, 촬영 종료 후 이동 시간을 제외한 최소 7시간 휴식 보장 등을 약속했다.


■ 주 68시간은 맞는데….

탁종열 한빛센터 소장은 “최근 접수된 제보에 내용에 의하면 근로기준법 개정안 적용 전보다 전체적인 촬영 시간이 줄어든 것은 맞다.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노사 협상을 통해 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드라마 방송시간을 60분으로 줄이는 등 스태프들에게 규칙적인 노동과 최소한의 휴식을 보장하려는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면서도 “주 68시간 근무제를 편법적으로 적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드라마 촬영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탁 소장은 “최근 제보를 살펴보면 하루 20~24시간 촬영하고 그 다음날 하루를 쉬는 경우가 많다. 혹은 이삼일을 연속으로 촬영하고 이삼일을 휴차해 주 최장 68시간의 근로 시간을 맞춘다. 하지만 이렇게 몰아 촬영하는 경우 일당으로 계약하는 스태프는 휴차하는 날에 임금을 받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하루 10시간씩 이틀에 나눠 20시간을 일하면 이틀 치의 일당을 받지만, 하루 20시간을 몰아서 촬영하면 동일한 시간을 일하고도 임금을 절반만 받게 돼 실질적 임금은 줄어드는 셈이다. 탁 소장은 “이럴 경우 스태프들이 몸은 몸대로 고단하고 급여는 급여대로 줄어, 주 68시간 근무제 도입 이전보다 나을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제도 정착과 변화 위해 관련 부처도 나서야

이처럼 주 68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에도 초 장시간 노동과 편법 적용 등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제도에 따라 현장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SBS 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 제작총괄 PD는 스태프들에게 편지를 보내 근로기준법 취지에 맞춰 드라마 제작 현장의 주 68시간 노동 현장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드라마 촬영 현장의 근로 환경 문제가 거대한 산업 구조에 의한 것인 만큼 촉박한 촬영 기간, ‘쪽대본’으로 인한 실시간 촬영, 방송 분량 경쟁 등 드라마 제작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개인의 의지로 불러올 수 있는 변화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주 68시간 근무가 안정적으로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지난 30일 한빛미디어센터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월례포럼에서 송용한 박사는 현재 방송산업 내 불공정 거래 관행은 방송산업 구조가 형성되고 요소시장 분화와 자본 간 경쟁 심화에 따라 나타나는 예견된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고, 왜곡된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국가의 정책 개입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탁종열 소장은 “관련 정부 부처가 드라마 촬영 현장에 대한 감시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 현장에서 무수히 많은 아우성이 들리고 있지만 노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손을 놓고 있다”고 관련 정부 부처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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